*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김윤숙 작가님은 말한다.
항상 살아서 움직이는 산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흐르는 산' 이란 이름으로 산을 그린다고.
살면서 산 그림을 좀 본 것 같은데 인상에 남는 작품은 별로 없었다.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산을 이토록 달콤한 케이크 조각 같은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작가도 아마 없을 것이다.
따끈따끈하게 금방 나온 그림 에세이를 받아든 아이와 나는 책을 보며 감탄하며 설레었다.
아이는 "엄마, 산이 엄청 예쁘고, 맛있어 보여요! 꼭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 같아요."라고 말한다.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산을 보며 아이와 나는 천천히 감상하며 이야기꽃이 피었다.
방 안에서 산을 주제로 이렇게 고급 진 작품을 즐기는 기분이라니 정말 낭만적이다.
특히 내가 가볼 엄두도 못내는 히말라야부터 우리나라의 정기가 흐르는 백두대간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서울의 산을 담아내어 볼거리가 아주 풍성하다. 아이 눈에도 산 그림이 신기한지 입에서 연신 터져 나오는 "우와" 소리로 방 안이 가득 차며 "산 그림을 이렇게도 그릴 수 있군요." 하고 말한다. 아이의 눈에도 저자의 그림이 너무 예쁘고 멋져 보이나 보다.
등산만으로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저자는 산을 오르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이 열정이 어디서 오는지 부러울 따름이다. 저자는 산을 오르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고 했는데 내게도 이런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이 무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산행을 하며 저자가 느꼈을 감동과 고충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깊은 고요와 꿈틀거리는 대지의 기운, 거칠지만 만져보고 싶은 돌가루로 표현된 질감을 보며 정성스러운 작품이 걸린 갤러리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림을 보면서 산행을 해보고 싶다는 작은 충동이 일며, 이처럼 자신만의 독창적인 산 작품 세계를 구축한 김윤숙 작가님이 한 명의 예술가라는 존재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이렇게 책으로 저자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지만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작가님의 전시회를 찾아가 보자며 다짐한다. 아마 실물 작품의 크기로 감상하는 산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흐르는 산』, 그로우웨일,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