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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1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광활한 우주와 광활한 자연 앞에 사람은 너무나도 작은 존재다. 마치 우주 속의 아주 작은 먼지 같다고나 할까?
책 표지의 거인과 사람의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 왜 이 거인은 마지막 거인이 되었을까 단상에 잠기며 책을 펼쳐본다. 처음 들어 보는 제목이라 신간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1992년 발간된 프랑수아 플라스 작가님의 어린이 문학 그림책이다. 출간된 지는 꽤 시간이 흐른 책이다. 어린이 문학이긴 하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도 하니 아이도 나도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지리학자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부두에서 늙은 뱃사람에게 이상한 그림이 조각 '거인의 이'를 하나 사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거인의 이'를 연구하던 중 이 뿌리 안쪽 면에 새겨진 '거인족의 나라' 지도를 발견하고 그는 원정대를 꾸려 탐험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과 생필품, 연구 물품을 싣고서 '검은 강'을 거슬러 오르고,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울창한 삼림을 지나면서 원정대는 지치기 시작한다. 어느새 두 달이 흘러있었다. 투덜거리는 대원들을 뒤로하고 용감한 사람 몇 명만을 추려서 그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상황이 열악하면 포기할 만도 한데 주위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도 저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면 연구에 대한 집념,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큰가 보다 하고 혼자 짐짓 생각한다.
어느 날 밤, 와족의 나라에서 그는 나머지 원정대원을 다 잃고 만다. 오던 길로 되돌아갈 수도 없었던 그는 힘겹게 산맥을 넘고 거대한 계곡을 탐사하며 거인들의 묘지에 도착했다. 오래된 탐험으로 그는 정신을 잃고 만다. 거인은 쓰러진 그를 아이처럼 지극정성 돌봐 주었다. 몸이 회복되자 그는 거인을 연구했다. 거인의 몸에 새겨진 선, 별들과 소통하는 거인,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거인, 거인들의 숨 쉬는 피부 등 거인의 의식주를 열 달이나 옆에서 지켜본 그는 그만 진력이 났다. 거인들은 그가 집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게 그를 어깨에 태워 중앙아시아 초원지대까지 데려다주었다.
2 년 7개월 만에 영국으로 돌아간 그는 거인에 관한 책을 썼다. 책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면서 부두에서는 두 번째 원정대가 꾸려졌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즐거운 축제 현장이었던 부두에서 그는 거인의 머리를 보았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눈을 감은 채 마차에 실려 들어오는 거인의 머리를 보면서 그는 분노와 고통 속에 침묵했다. 그때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라는 거인의 익숙한 목소리가 애절하게 들려온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던 그는 결국 아름다운 거인을 자신의 책으로 죽게 만든 셈이었다. 달콤한 비밀을 폭로하고 싶었던 지질학자의 이기심,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던 미래라고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거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면 이런 슬픈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과연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부터 돈과 명예, 이기적인 마음, SNS가 발달한 이 시대에서 과연 우리는 나만 알기에는 거대하고 달콤한 비밀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을까?, 침묵을 지킬 수 있겠니? 물음을 던져보는 시간이었다.
이 책이 왜 어른을 위한 동화인지도 알게 되는 깊은 울림의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읽고 토론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은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