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굉장한 세계 - 경이로운 동물의 감각, 우리 주위의 숨겨진 세계를 드러내다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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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n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면 찰떡일 것 같습니다.

저자 에드 용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널리스트임과 동시에, 탁월한 스토리텔러입니다.

최근 읽은 과학서의 저자들 모두 입담이 좋아 놀랐지만(‘과학이 이렇게 재밌었어?!’ 하고요), 재치에 있어서만큼은 에드 용이 탑이었어요~ 괄호 안의 작은 글씨나 주석으로 달아놓은 표현들이 위트 넘쳐서, 600P CLUB 미션으로 정해진 분량을 추월해서 읽은 날도 있었습니다.

표지 그림이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다채로운 동물들의 감각 기관이 경험하는 세계를 묘사해 보여줍니다. 서술은 흥미로운 사례 위주로 스토리텔링하여 약간의 문학적 상상력만 동원하면 충분히 그려봄직한 동물들의 감각 경험을 그려내는데요. 이에 덧붙여 심화 개념이 등장할 때는 하단에 깨알 같은 주석으로 과학적 배경지식을 첨언하는 구조입니다.

최신 현대생태학의 기초에서 심화까지 단 한 권으로 섭렵할 수 있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독자는 재미난 동화 한 편을 듣는 것처럼 지구 곳곳을 상상 실험으로 여행합니다. 하늘, 땅, 바다의 심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감각 풍경을 만나게 되죠. 물론 인간은 결코 느낄 수 없는(또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온도, 구조, 오감각의 세계가 존재하지만 그런 한계를 고려한 친절한 서술 덕분에 오히려 부담 없이 상상하기 좋습니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다면 그런 한계를 어떻게 표현해서 보여줄까 궁금해서 영상물로 제작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600쪽 가까운 도서를 대중적으로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챕터별로 소개하는 감각 기관과 관련 영상이 함께 있다면 따로 떼어 추천하기 좋을 것 같거든요~

1934년 야콥 폰 윅스퀼이 발표한 <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움벨트(Umwelt, 환경세계)’라는 개념을 통해 기존에 팽배하던 동물 기계론 사상에 도전했습니다.

‘가장 복잡한 동물 주체와 마찬가지로 가장 단순한 동물 주체’ 역시, 다시 말해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 주체 전부는 가장 완벽하게 그들의 환경에 맞게 조정’하고 있으며, 각자에게는 그에 맞는 환경세계가 존재한다는 그의 주장은 ‘진드기’의 환경세계를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죠.

이를 이어 받아 에드 용은 집요한 관찰과 따스한 시선으로 발견한 동물 주체의 세계를 인간 너머의 영역 그대로 이어주려 노력합니다. 5장 ‘열’ 챕터에서는 윅스퀼이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현대 연구 결과로 수정해 주기도 해요.

〔환경세계 개념의 창지자신 야콥 폰 윅스퀼은, 진드기가 냄새를 통해 숙주를 추적하고 온도를 사용해 맨살에 내려앉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고 썼다. 그러나 이건 사실이 아니다(231p).〕 냄새가 아닌 열 감지 기능으로 숙주를 찾아낸다는 발견을 통해 말이에요~

4장 ‘통증’에서는 〔한쪽 팔을 다친 오징어가 마치 온몸이 아픈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들은 부상을 입을 경우 온몸이 과민해져요.”〕라는 문단을 만나 뜨끔했습니다. 오징어회를 먹지는 못해도 본 적은 있어서, (지나친 의인화를 경계하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숙연해졌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버티기 위해 동면하는 땅다람쥐, 소리와 전기라는 환상의 손을 뻗어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돌고래와 전기어들. 우주에서뿐만 아니라, 지구 안에서도 인간은 먼지에 불과하구나 하는 경외감에 휩싸였습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겸손해지는 세계 경험이었어요.

독서로 얻는 간접 체험이 다양한 감각 세계로 전이되면서, 동물 주체 각자의 환경세계를 살아내는 기술이 인간의 삶에 적용해 볼 만한 아이디어로 치환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언어로 완전히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다(407p). (…) 참을성 있는 관찰을 통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과학적 방법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호기심과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해야 하며,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선물이다(532p).〕

지구에 사는 모든 동물 주체가 서로의 환경세계를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날이 매일 더 아름답기를, 그런 세상에 관심 있는 독자님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도서제공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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