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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라이프
S. J. 왓슨 지음, 이나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공감이 가야 몰입이 될텐데 진짜 비호감 그 자체. 너무 짜증 나서 못 읽겠다. 맨날 남한테 이해 받을 생각만 가득하고 보호 받고 싶어하고(대체 뭘로부터 보호 해달란 건지) 피해자인 척하지만 자기 밖에 모르는 인간이다.
이야기는 동생 케이트가 죽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은 케이트가 십대 때 낳은 아이를 남편과 함께 키워오고 있었다. 십대 때는 아이를 못 키우니까 언니에게 부탁한 것인데, 케이트가 성인이 되고 아이를 돌려달라고 수차례 애원해도 돌려주지 않는다. 케이트가 약을 하거나 뭔가 문제라도 있어서 그러는가 하면, 아니다. 그냥 자기가 조카를 아들로 생각하고 있고 돌려보내기 싫을 뿐이다.
그래서 케이트가 죽고도 슬퍼하기 보단 다행으로 느끼는 모습이 보인다. 근데 굳이 또 자기 땜에 동생이 죽은 거 같다면서 동생 죽게 만든 범인 찾는데 미친듯이 집착한다.
그렇다고 여느 스릴러물처럼 직접 단서를 추적하는 전개냐 하면 그건 아니다. 하는 거 아무것도 없다. 이 여자는 작품 내내 우는 소리만 하고 스스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나 힘들어 징징징 내 동생 범인 못찾았어 씨익씨익 나 좀 이해해줘 나 좀 보호해줘!’
백 페이지 넘게 꾸역꾸역 읽었는데 내내 이 내용밖에 없다.
그냥 하는 거라곤 경찰이 왜 범인을 못 찾냐 조사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냐 하면서 아무 근거도 없이 무조건 경찰이 이상하다 우기고 짜증내는 게 전부다. 작가가 대체 뭘 강조하고 싶은 건지 똑같은 대사를 왜 자꾸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을 싫은 인간으로 보이게 하려고?
여태 읽은 소설 중에 이렇게 짜증 나는 주인공은 처음이다. 동생의 죽음이 슬프지만 아들을 아들로서 지키고 싶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드는 모순됨에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섬세한 감정 표현이 기술되어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대충 동생 잃었다는 핑계로 퉁치고 남편한테도 친구한테도 아들한테도 상냥한 말만 듣고 싶고 혼자만 힘든 사람인 것이다.
굳이 굳이 남편한테 여동생이 데이팅 앱으로 남자를 만났다는 걸 불필요할 정도로 미친듯이 강조한다. 죽어도 싸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그럴 거면 남편이 안타까움을 넘어 짜증을 느낄 지경까지 매일 같이 여동생 범인 찾았는지 좀 관심 가지라고 들볶고 성질부리는 건 또 뭔지… 양가감정을 느끼는 복잡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선을 그리고 싶었던 거라면, 작가의 역량이 아주 많이 부족했던 듯하다. 책 한권을 절반도 읽기가 힘든 게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대체 여주인공이 짜증내고 우는 소리하는 걸 언제까지 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이만 하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