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피다
잭 런던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잭 런던은 누구인가

 문학적인 전통보다는 대중잡지의 번영기에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데 몰두했다. 조지 오웰이 소년 시절부터 탐독했고, 사회주의 혁명의 지도자 레닌이 임종 직전에 「생에의 애착」을 읽었다고 한다. 책 속 곳곳에는 작가의 삶에 대한 흔적이 드러나 있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의 단편들의 특징이다. 그것은 냉혹함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는 삶에 대한 의지이다. 그리고 삶과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이다. 잭 런던의 단편들에는 그의 필치가 그려낸 카리스마가 녹아 있다.

 

책 속으로

1부 | 사회적인 이야기

 1부 사회적인 이야기는 삶을 살아내고자 처절함의 불씨를 태우는 매우 생명력이 넘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제목이 사회적인 이야기인 이유는 부조리한 세상에 살기 위해서 부딪히는 이들의 냉혹한 삶 속의 불씨를 보여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스테이크 한 장 A Piece of Steak(1909)」은 아내와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목숨 걸고 링 위에서 싸우는 늙은 권투 선수의 삶이다. 젊은 시절 쾌락과 명예를 손에 쥐고 늙고 노련한 선수들을 꺾었던 그는 모든 것을 내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샌델과의 경기에서 패한다.

p. 36 참담한 기분에 휩싸인 그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울면서 오래 전 그날 밤 자신이 스토우셔 빌을 어떻게 대접했는지를 떠올렸다. 가련한 스토우셔 빌! 이제 그는 탈의실에서 빌이 왜 그렇게 울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배교자 The Apostate(1906)」의 '조지'는 작가 자신이 경험했던 혹독한 소년 노동을 다룬 자신을 대입한 것이다. 잭 런던은 미혼모인 엄마 밑에서 어려운 형편에 외롭게 자라면서 10대 초반부터 혹독한 노동을 체험했다. 책 속의 조지는 바로 어릴 적 그 자신이다. 책 속의 조지는 공장에서 기계적인 삶을 반복하면서 소년 답지 않게 삶에 염증을 느끼고 가족과 집을 버리고 떠나게 되는데 혼자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공장으로 내던져진 채 쉴새 없이 기계처럼 일을 하는 모습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떠올리게 했다.

 

2부 | 우화적인 이야기

「그냥 고기 Just Meat(1907)」는 희대의 도둑이라 할 수 있는 짐과 맷이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훔쳐내지만 결국 욕심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고 독살한다.

 

3부 | 클론다이크 이야기

3부 클론다이크 이야기에는 표제작인 「불을 지피다」가 속해 있다. 모두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다. 「불을 지피다」와 「생에의 애착」은 혹한의 생명의 위기에서도 놓지 않는 살고자 하는 욕구와 죽음을 피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생명의 불씨

p. 303 잭 런던이 살아냈고 그려냈던 생의 진실은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오늘의 우리는 아무리 봐도 이야기 속의 여러 인물들 보다도 작고 나약해 보인다. 원초적인 세계에 대한 감각을 너무 많이 잃고서 연명에 급급하기 때문일까. 주어진 시간을 한껏 누리며 생명의 불을 다 태우는 생을, 혹한의 설원에서 작은 불씨를 살리려는 심정을 상상해본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역자 이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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