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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대중가요제목에 “인생은 생방송”이라는 노래가 있다.
CD플레이어나 카셋트테입처럼 다시 들을 수 없고 잘 못 되었거나 맘에 들지 않는 다고 지우고 다시 녹음하거나 편집할 수 도 없는 기회가 단 한 번뿐인 것이 바로 인생인 것이다.
그렇게 소중하고 귀한 것이 시간이고 각자의 삶이기에 우리는 먼저 인생을 살다간 인생의 선배들에게, 그 중에서도 자신에게 깊은 감동을 준 사람을 모델로 정하고 그의 가치관과 생각들을 배우고, 그 분들이 그러한 삶을 살기위해 노력했던 것들을 나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려 노력하기도 한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책은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진솔하게 펼쳐 나가고 있다.
위녕은 인생이라는 수 많은 구비중에서 고 3이라는 험난한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다.
그 삶을 먼저 살아본 엄마는 그런 딸의 힘듦과 아픔, 고뇌 등을 잘 알기에 그런 딸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 주기위해 자신의 힘든 과거와 잘못 들어섰던 인생의 길, 실수 했던 일......등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작가가 살았던 그때의 고3수험생의 환경과 지금을 살아가는 딸의 수험생 환경은 자못 다르다 치더라도 그들은 피를 나눈 엄마와 딸이고, 같은 여자이고, 대학진학이라는 공통의 목표등......그 많은 것들 중에 분명 엄마와 딸의 삶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에 엄마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딸인 위녕에게 낯선 도시에 떨어져서 헤매던 중 그 도시의 지도 한 장을 얻은 것 같은 든든한 지원군의 보급품과도 같은 앞길을 헤쳐 나가는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위녕!
이렇게 이름을 부르면서 시작하는 본문 첫 단락의 제목이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라는 제목을 보면서 나는 위녕이 대학생이거나 아니면 사회인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자니 고등학교 3학년 그것도 수험생이었다.
아마도 이성친구와 헤어지게 되었거나 그로인해 가슴아파하는 딸이 안쓰러워 말로는 하기 힘든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것이 편지의 위력이 아닐까? 싶다. 얼굴 보고는 차마 하기 힘든 이야기도 글의 힘을 빌리면 훨씬 수월하고, 표현하기 힘든 진심도 글을 통하면 가능하니 펜의 힘은 칼보다 강하다는 옛말이 진리는 진리인가 보다.
사랑이라는 열병은 그 상황이 어렵다고 피해가거나 기다려 주지 않고, 내가 준비되었다고 아무 때나 찾아오지 않는 그것이 사랑인지라 대학 진학이라는 큰 대업을 앞에 두고 깊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위녕엄마의 마음은 딸아이 못지 않게 아팠을 것이고, 내가 위녕의 엄마라도 아니 이땅의 모든 엄마들도 가슴이 많이 아팠을 것이다.
엄마 또한 그러한 경험을 통해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 했기에 내 딸 아이만큼은 많이 아프지 말고 덜 힘들어 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 위녕을 응원하고 있다.
하루하루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살벌한 대학 입시 속에서 자못 흩으러지고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 것을 염려하여 엄마는 지나온 삶 속에서 자신이 잘못 선택하거나 혹은 타인에 의해 살게 되었던 삶 들을 고해성사 하듯이 고백하며 그 당시에는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는지 알지 못했는데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그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지며 그저 그렇게 흘려보낼 시간이 하나도 없이 모두가 소중한 순간이었음을 이야기 하며 위녕이 처한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을 당부하며 네 인생에 있어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위녕’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편지마다 자신이 읽은 책 중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인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객관적으로 전달하여 딸아이가 부담 없이 받아 들 일 수 있도록 하였는데 작가다운 면모가 두드러지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작가가 인용한 책 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몇 가지 메모해 두기도 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딸들이 ‘우리 엄마는 뭐야!’ 하며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회초년병 딸들이 내가 수험생일 때 엄마가 이런 편지를 써서 나를 응원해 주었더라면 어쩌면 지금보다 더 좋은 대학에, 그 때 그 힘든 순간을 잘 버텼을 지도 모르는데......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실 나도 딸에게 그리 다정다감하지는 않다. 그리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은유와 미사어구를 넣지 않아도 어쩌면 툭 툭 던지는 투박한 말투 속에 오히려 된장 뚝배기 같은 깊은 엄마의 마음이 들어 있다고 외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속으로 부르는 노래는 노래가 아니듯이 표현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면 애써 자신을 위로하기 보다는 사랑을 표현하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 것이 나을 듯 싶다.
세상의 부모는 더욱이 이 땅의 부모는, 아니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남다를 것이다.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풍요롭고, 좀 더 여유롭고, 거기에 이름까지 드러낼 수 있다면......
하는 엄마의 작은 바람 때문에 오늘도 사랑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독서실로 움직이고, 그 뒷바라지를 위해 그 작은 몸이 부셔져라 일하면서도 우리 아이가 잘 된 다면이야 이정도 힘든 것쯤은 참을 수 있다는 초인적인 힘이 솟아나는 것이 우리 어머니이들 대 부분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자식을 위하는 것이고 자식들도 그런 부모을 고마워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리라는 마음을 먹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우리의 자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이 물질 만능주의로 변한다고 아이들의 마음까지 눈에 보이는 것이 다 라고 할 수 있을까? 단지 엄마가 물질적으로 힘들고 어려웠으니 너희는 많이 배워 엄마 보다는 좀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아......정말 그렇게 산다고 해도 과연 그것이 행복이고 잘 사는 것일까?
‘난 절대로 엄마 같은 삶은 살지 않을 거야.’ 엄마의 삶을 진저리 치면서도 막상 살아보니 내가 엄마가 살아온 삶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더라는 많은 딸들의 고백들을 볼 때 엄마의 영향력이 딸의 삶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영을 배우기로 해 놓고 차일 피일 미루는 위녕엄마의 모습은 제아무리 좋은말로 위녕을 격려한다 해도 먼 산의 메아리가 될 뿐 인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녀들을 격려하고 채찍하기 전에 엄마인 나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나는 힘든 현실을 억지로가 아닌 개척자의 도전정신으로 잘 헤져나가고 있는가? 나는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는가?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나에겐 희망이 있는가? 나는 정의를 위해 내가 가진 것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가?
사랑하는 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응원은
엄마인 내가 삶을 통해 행복을 누리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나도 엄마처럼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엄마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 는 인생의 모델이 되어 주는 것이 최고의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자, 나는 딸에게 어떤 삶의 모습으로 딸을 응원할까?
매번 다이어트 한다고 하면서도 음식조절 못하고 이번 한번만! 하며 미뤘는데 이제 실천해 봐야겠다. 위녕 엄마! 저랑 수영장 같이 가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