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보니 징검다리는 인간들의 발자국이 여럿 찍혀 있다. 아까 만났던 어린 인간의 발자국도 예쁜 무늬 처럼 찍혀 있는 게 보인다. 징검다리는 물 속에 서서 인간들을 이쪽 저쪽으로 실어 나르느라 몸이 반질반질 닳아있다. 은빛 연어는 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아프지 않니?" "괜찮아." "인간들이 너를 마구 짓밟는데도?" "짓밟히지 않으면 내가 살아갈 이유가 없어. 나는 짓밟히면서 발걸음을 옮겨주는 일을 하거든." 아, 그렇구나." 은빛 연어는 이렇게 생각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징검다리도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그가 짓밟히면서도 즐거워 하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야. 징검다리는 물의 흐름을 막지도 않으면서 의연하게 제 할일을 다하고 있구나. 나는 저 징검다리에 비하면 얼마나 가벼운 존재인지.....' -본문중. 은빛연어와 징검다리와의 대화- 제목처럼 이야기는 연어의 이야기이다. 연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회기본능일것이다. 이것은 흡사 사람의 그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그 마음속 한 구석에 항상 고향을 그리워 하고 있으니까. 책의 주인공인 은빛 연어는 다른 연어들과는 달리 유독 반짝이는 은빛 비늘을 가져서 다른 연어들의 따돌림을 받기도 하고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더우기 그의 가슴속에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그로 하여금 현실에 안주하게 하지 않고 연어의 또다른 삶을 찾고자 고뇌하고 갈등하지만 그것조차 뭇 연어들의 비웃음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 품어 오르는 희망이라는 것을 그는 놓지 못했다.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 알라스카에서부터 베링해를 지나 남대천의 초록강에 이르는 긴 여정 중에서 은빛연어는 분명 산란이외의 연어의 또다름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한다. 그러면서 그는 가슴으로 이야기 하는 법을 배우면서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만났던 초록강 아저씨에게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전해들은 은빛연어는 자신의 가슴속에 가득한 정열과 의지가 아버지에게부터 전해진 것을 깨달으면서 자신의 자녀에게도 가장 연어다운 이상을 심어주기 위해 편안한 길을 마다 않고 스스로 험한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한계를 극복하고 산란을 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그것이 결코 헛된일이 아닌 가장 연어다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 연어들이 알을 낳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 알을 낳고 못 낳고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좋은 알을 낳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새끼들도 쉬운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거야. 그러나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인생도 어쩌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삶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인생이라는 강을 거스르며 때론 폭포와 같은 어려움도, 인간이 휘두르는 낚시대끝의 반짝이는 무지개 같은 유혹도, 시나브로 조금씩 병들어가는 강물에서 같이 신음하는 모습도....결국은 흙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정말 많은 모습이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험한 물살을 거스르며 폭포를 뛰어넘는 것도 연어의 한 삶이라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무한한 힘과 의지를 지닌 것도 연어를 닮은우리의 삶의 모습이리라. 우리의 자녀들에게 물려줄 가장 귀한 모습이리라. 제 목 : 연 어 지은이 : 안도현 출판사 :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