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by 엘리자베스 길버트, 2010, 솟을북, 노진선 역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심심한 이름의 작가가 쓴 글이라기엔

전혀 진부하지 않고 독특하다.

 



자전적 소설? 여행 에세이? 철학?

욕심을 많이 내다보니, 읽으면서 숨이 헉헉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맘에 든다.

 



왜냐하면 그녀의 문체는 더할 나위없이 유머러스하고

그러면서도 진지하고

지적이면서도 솔직하다.

 



무엇보다 30대 여성이 느끼는 우울과 슬픔, 허무에 대한 기록이 참 진솔하다.

많이 공감하고, 많이 웃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철저히 파스타와 젤라또에 빠지고,

인도에서는 묵상과 기도에,

그리고 발리에서는 자기에게 꼭 맞춘 듯한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

 



누구나 그녀가 부러울 것이다.

훌훌 버리고, 인도의 어느 아쉬람에서 자기 자신과 오롯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을.

그것은 또한 적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에 더 멋지다.

 



in book



인간의 삶이 갖는 이중적 영광인 세속적 즐거움과 신성한 초월성 모두를 원했다.

그리스인들이 '칼로스 카이 아가소스'라고 부르는, 선함과 아름다움의 유일한 조화를 찾고 싶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의 인생이라는 광할한 대륙 위에는 검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라고 썼다.

그 글에 따르면 검을 중심으로 한쪽 땅은 전통과 관습, 질서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올바른' 곳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경계를 건너 전통을 따르지 않는 삶을 선택할 만큼 정신나간 사람이라면,

검의 반대쪽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곳이다. 정상적인 과정을 따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질서와 악재와 기만의 세상에서

때로는 아름다움만이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덕목이기도 하다.

오직 예술적 탁월함만이 타락하지 않는다.

쾌락은 결코 흥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한 끼의 식사만이 유일한 가치로 통용된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기쁨이나 상처의 가장 복잡한 감정들의 안전한 쉼터를 창조하기 위해 영적 의식을 치른다.

그 감정들을 영원히 끌고 다니면서 스스로를 무겁게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보관의 의식이 필요하다.

 



'널 사랑해, 널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 언제나 널 보살펴 줄께'

이것이 내 비밀스런 공책에 가장 처음으로 쓴 말이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불교 신자들이 믿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떠올랐다.

그들은 떡갈나무를 탄생시킨 것은 동시에 두 가지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첫째는 나무의 시발점이 되어 준 도토리다.

모든 약속과 잠재력을 담고 있는 이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된다는 건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나무가 자라는 데 다른 힘도 존재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것은 바로 어서 빨리 세상에 존재하고 싶은 마음에 도토리를 도와 주는 미래의 나무다.

그 미래의 나무는 도토리에서 빨리 싹이 트도록 밀어주고, 묘묙이 위로 쑥쑥 자라도록 끌어 주며,

무에서 성숙함으로 진화하도록 이끌어 준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불교 신자들은 떡갈나무가 탄생한 도토리를 창조한 것은 다름 아닌 떡갈나무 자신이라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를 어딘가에 가둘 거면 그곳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게 해 줘, 자유 따윈 부여해선 안 된다고.

 


by 에쿠니 가오리, 2004, 소담

 


절망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라고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다.

에쿠니 가오리는 사랑은 절망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슬프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한없이 고요하고 섬세한 그의 문장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또한 끝없이 가라앉는다.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사랑은 슬픔의 극한으로 치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없는 견고한 감정이다.

그 감정의 실체가 사랑이라는 것에 한 치의 의문도 품지 않는다.

 


in book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웨하스였다.

바삭하고 두툼한 것이 아니라, 하얗고 얇고, 손바닥에 얹어만 놓아도 눅눅해질 듯 허망한 것이다.

잘못 입에 넣으면 입천장에 들러붙어 버리는. 사이에 크림이 살짝 묻어 있지만,

그것은 크림이라기보다 설탕을 녹여 만든 풀처럼 엷다. 얇고, 애매한 맛이 났다.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많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

 


슬픔.

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한다.

슬픔에 대해, 빈틈없이 생각하고 밝히려 하면 할수록

그것은 진귀한 식물이나 무엇인 것처럼 여겨지고, 전혀 슬프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만 눈 앞에 엄연히 있을 뿐.

나는 이 집에서 그 진귀한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 웬만큼 잘 맞는지. 그것은 놀랍도록 쑥쑥 자라고 있다.

그것 앞에서 나는 감정적이 되기가 힘들다.

슬픔은 나와 따로 떨어져 있어서, 나는 나의 슬픔을 남 일처럼 바라본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사랑에 빠졌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눈에 반한 것도 아니고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 믿음보다 눈물보다 먼저 요구하는 것, 그것은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예민함이다"

 

by 노희경, 헤르메스미디어, 2008

 

참 따뜻하고, 인간적이고, 솔직한 그녀가 좋다.

매니아층을 만드는 드라마 작가.

언젠가 드라마 '거짓말'을 인상깊게 봤더랬다.

'그들이 사는 세상'도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인상깊게 봤다는 영화 "화양연화"는 이미 봤고

"바그다드 카페"도 언젠가 봐야지

 

나도 언젠가 내 딸에게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필시 올 것이다.

"사랑은 또 온다. 사랑은 계절 같은 거야.

지나가면 다시 안 올 것처럼 보여도

겨울 가면 봄이 오고, 이 계절이 지나면 넌 좀 더 성숙해지겠지

그래도 가여운, 내 딸..."

 

감성 공유, 감성의 파도타기

책읽기가 즐거운 이유다

 

in book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상처주는 것을 알면서도

상처받은 것을 잊지 못하고 담아두는 나는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

 

돌을 던지는 자 옆에서 돌에 맞은 자를 감싸안는 일

그것도 영화인과 작가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어느날 말로만, 글로만, 입으로만

사랑하고, 이해하고, 아름답다고 소리치는 나를

아프게 발견하다

이제는 좀 행동해 보지

타일러 보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아픔의 기억은 많을수록 좋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해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살아간다.

때로는 가족들에게, 때로는 오랜 친구들에게, 때로는 이미 지나간 애인에게조차도

그러나 정작 우리가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건, 어쩌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나를 용서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by 요시다 슈이치, 노블마인 2009

 

요시다 슈이치를 두 번째 읽다.

결말 부분에 이르기까지 읽기가 쉽지 않았던 책

'사랑을 말해줘'와는 틀리다.

집단 강간이라는 극단적 상황 설정이 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녹록치 않은 작가다.

결말에서 큰 울림을 주는...

 

가해자 슌스케와 피해자 가나코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 있는 게 아니예요"

끝부분에서 가나코는 떠난다.

이유는 "둘이 함께 있어 행복해지게 될까봐"

그리고 슌스케는 그런 가나코를 다시 꼭 찾을 꺼라고 이야기한다.

 

슌스케의 가나코에 대한 감정은 "사랑"인가, "연민"인가, "책임"인가...

슌스케 앞에서만 당당해질 수 있는 가나코의 가여운 운명...

 

유쾌하지 않고 가볍지 않지만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요시다 슈이치다.

 

in book

"그러니까 그녀와 나, 행복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 그럼 행복해지면 되잖아요?"

"무립니다. 함께 불행해지기로 했습니다...그렇게 약속했기 때문에 함께 있을 수 있었던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You've got mail, 딩동

 

by 다니엘 글라타우어, 문학동네 2008

 

요즘 나를 따라 독서 및 도서관삼매경에 빠지신(?) 진아가 읽길래

나도 따라 읽어 본다.

 

맥라이언 주연의 영화도 있었더랬지. "유브갓메일"

똑딱똑딱 키보드, 키보드가 만들어내는 문장...

 

난 이런 류의 교감이 참 부럽다.

감성을 나누는 것...

그런데 그 같이 감성을 나눌 만한 사람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소중한...

 

책 속의 에미와 레오도 이메일을 통해 서로를 알아 보았다.

그리고 쌓여가는 그리움과 번뇌와 열정...

 

가벼운 문장과 유머코드, 재치, 위트로

쉽게 읽히는 책이었지만(아주 큰 미덕이다)

 

마지막 부분 '주의. 변경된 이메일 주소입니다.'라는 반송 문구와 함꼐

레오가 에미에게서 사라질 때는 참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 즈음 에미는 아마 이성과 통제 능력을 상실했을 것이다. 커져가는 그리움으로...

그걸 알고 레오는 '에미를 위해' 사라지는 걸로 이별을 통보한다.

 

후속편이 나와 있다 한다.

 레오는 에미의 파스타를 돌돌 말아 먹는 모습과

고개를 돌릴 때의 머리카락 향기를 맡을 수 있을까?

 

반짝샤방거리는 재미있는 문장이 가득해서 좋다.

 

출근하고 하루를 시작할 때 사랑하는 이의 다정한 메세지를 받으면

얼마나 힘이 날까.

잠들기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딩동' 이메일을 받고

다정한 문구를 품에 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in book

 

에미,우리가 이메일을 사흘이나 쉬었군요. 슬슬 다시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아침에도,낮에도,저녁에도,밤에도,
그리고 그 사이의 시간과 그 바로 앞, 바로 뒤 시간에도.
다정한 인사를 보냅니다. 레오. 


 

당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상관없어요.

나는 당신의 글과 사랑에 빠졌어요.

당신은 쓰고 싶은대로 쓰면 돼요.

난 모든 것을 사랑하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