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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김훈은 난중일기를 내면화하여, 그 간결하고 삼엄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를 소설화하였다.
작가가 아니었음 내가 난중일기를, 이순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일이 있겠는가.
무의미와 무내용, 허망, 붕당의 어지러운 정치 논리, 개별적 죽음에 대한 적의의 부재, 안팎의 적들.
이 모든 걸 넘어서, 오직 온 바다를 피로 물들여, 적이 백성과 임금에게 가려는 걸 막고자 하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행동한 영웅의 절대 고독.
마지막 해전 노량에서의 죽음이 쓸쓸하고 가엾다.
'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줄기 일자진으로 적을 맞으리. '
in book
사지에서 죽음은 명료했고, 그림자가 없었다. 그리고 그 역류 속에서 삶 또한 명료했다. 사지에서, 삶과 죽음은 뒤엉켜 부딪혔다. 그것은 순류도 역류도 아니었다. 거기서 내가 죽음을 각오했던 것인지, 삶을 각오했던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나는 그 모호함을 중언부언하지 않겠다.
삶은 집중 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분산 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르기는 하되, 삶은. 그 전환 속에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