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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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논문 biblio-

2012/12/08 17:27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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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작가
한병철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12.03.05

재독 한국 학자가 독일어로 쓴 논문을 번역한 책이다. 
문화 비평가이자 철학자 한병철. 

첫 문장에서부터 논증의 주제가 명확하고 군더더기 없다. 
일단 주장을 쏜 뒤 논거를  요모조모 풀어 놓는 솜씨의 세련됨이라니. 
논문을 이렇게 예술적으로 쓸 수 있구나. 

박테리아적, 면역적, 부정성에 방어하는 시기는 종언을 고하고, 우린 긍정성 과잉, 성과주의로 인한 심리적 질병의 시기를 맞고 있다. 

'완전 공감'
이 분의 글은 명징하면서도 글맛이 감칠맛이다. 

평소 멀티태스킹이 잘 안돼 자기비하에 빠져 있던 나로선 심히 맘에 드는 말.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퇴화라고 할 수 있단다. 과거 수렵사회에서 요구되던 능력이라고. 

인류의 문화적 업적은 깊은 사색, 깊은 심심함에서 오는 거라고. 

그렇지만 여전히 회사에선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니 일단 출근하면 온 신경을 열어 두어야겠지. 전화 받으면서 메모는 기본, 회의에서 오가는 말도 다 주워 들어야 한다. 

in book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발터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고 부른 바 있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영감을 주는 피로는 부정적 힘의 피로, 즉 무위의 피로다. 원래 그만둔다는 것을 뜻하는 안식일도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날,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염려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그것은 막간의 시간이다. 신은 창조를 마친 뒤 일곱째 날을 신성한 날로 선포했다. 그러니까 신성한 날은 목적 지향적 행위의 날이 아니라 무위의 날,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생겨나는 날인 것이다. 

우울증, 소진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오늘날의 정신 질환은 심적 억압이나 부인의 과정과는 무관하다. 그것은 오히려 긍정성의 과잉, 즉 부인이 아니라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무능함, 해서는 안됨이 아니라 전부 할 수 있음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더욱 가속화된 발전을 위해 타자에 의한 착취에서 자기착취로 전환한다. 이러한 역설적 자유로 인해 성과주체는 가해자이자 희생자이며 주인이자 노예가 된다. 자유와 폭력이 하나가 된다. 자기 자신의 주권자, 호모 리베르를 자처하는 성과주체는 호모 사케르임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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