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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반드시 가장 총명한 선비가 지극히 곤궁한 지경을 만나서 종일토록 사람 소리나 수레바퀴 소리가 없는 곳에서 외롭게 지낸 뒤에야 경전과 예서의 정미한 뜻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뿐이다. 천하에 이런 공교로움이 있겠느냐.'
마음과 뜻이 통하던 정조와의 충만하고 믿음직한 교유, 유일한 독자이자 지기, 형제였던 정약전에 대한 그리움, 두 아들의 교육에 대한 애닯음으로 간절히 보내던 편지, 현세보다 후세를 기약하며 지극한 고요함으로 학문을 이룸, 시대를 뛰어넘는 실용과 평등, 열린 정신.
언젠가 정약용은 천주교 박해의 시대 분위기 속에서 배교한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종교 문제를 떠나 그에게는 어떤 올곧은 신념과 강인한 정신력이 있었던 것 같다.
지은 저술도 방대하기 이를 데 없다.
폐족이 된 것이 오히려 학문을 닦고 독서하는 데는 지복이라며 두 아들을 격려하는, 잔소리에 가까운 편지가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