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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천의무봉.
스타일을 위한 플로베르의 단말마적 고통.
소설은 스토리가 아니다.
스타일과 구성과 문장이다.
지구가 중력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는 것처럼,
위대한 소설은 그 자체로 공중에 띄워져 있는 독립한 하나의 세계다.
말하고자 하는 바와 표현의 일치를 끝없이 추구하는 것이 글쓰기다.
언어는 명확하나 한계가 있으며, 생각은 혼돈하나 무한하다.
이 둘을 조화시키는 작가의 노력이 예술을 탄생시키며,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재료를 모으며,
그것들을 자개를 붙이듯이, 퍼즐을 맞추듯이
정교하게 짜맞추다.
정경 묘사에 이르러서는 수백편의 그림을 펼쳐놓는 것 같고
심리 묘사에 이르러서는 현란하기 이를데 없이 정확한 내면 묘사가 이어진다.
낭만의 폭풍과 사실주의의 냉담한 아이러니로
읽는 이를 정신 못 차리게 하는 엄청난 필력이다.
어렵게 쓴 글은 읽기도 어렵다.
감정이 끊임없이 물결치고 숨이 막혀 와 호흡을 한동안 가다듬어야 한다.
카프카가 소설의 전범으로 칭송했다 하며,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함께 현대문학을
열었다고 한다.
'Bovarism'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상상하며 환상이 자아내는 병으로
이 환상은 끝없는 불만을 유발한다고 한다.
여러 성격유형이 등장하는 데
낭만주의적 기질의 엠마의 추락과 함수 관계로
현실주의적 합리자인 오메와 뇌르는 상승한다.
한편 샤를르의 무감함과 몰취미를 생각해 볼 때
인간의 기질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인다, 타고나는 것인가.
그 기질이 어떤 행동을 계속적으로 유발하는 것인가.
마지막 문장은 오메를 희화화하며 레옹도뇌르 훈장을 탔다는 것으로 끝난다.
엠마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플로베르의 놀라운 논리력.
이는 플로베르가 파국으로 끝맺은 엠마의 인생을 은근히 옹호한 것이 아닌가?
아름다움과 예술의 입장에서 보면 엠마가 찬탄 대상인 거다.
나는 엠마이고, 샤를르이며, 오메이고, 뇌르이며, 레옹이고 로돌프이다.
고통스러워 이런 문학책은 띄엄띄엄 읽어야겠다.
배우가 극중 인물에 빠져들어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듯이
나도 한동안 허우적대겠다.
in book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한 번도 행복해본 적이 없었다.
인생에 대한 이런 아쉬움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의지하는 모든 것이 한순간에 썩어 무너지고 마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