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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by 후지와라 신야
사진가이기도 한 작가는 미대를 그만두고, 수년간 인도 등지에서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와
인도기행 등의 책을 냈다고 한다.
반년만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말에 동감하지만 그런 여행을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질구레한 일상이 내가 없으면 도무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턱없는 자만과,
정말로 내 인생이 달라져 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거친 공포 때문이다.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이 책처럼 지나친 감성이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책은 별로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해 글을 쓰는 건 인생에 대한 깊은 관조와 아름다운 문장 때문이다.
첫장인 수국을 찍는 사진가와 모델 이야기는 서정적 영상미로 단편영화를 보는 듯하다.
우리 아파트 앞 화단에도 연보라 수국이 여름이면 풍성하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젖은 수국은 유난히 아름답다.
작년 여름 그 아름다움에 한참 먹먹했었는데...
in book
그것뿐인 이야기다. 가지 끝에 앉은 작은 새들이 한순간을 함께하듯,
어떤 남자와 여자가 일이라는 가지 위에서 한순간을 함께하고,
각각 반대방향으로 날아가,
결국에는 서로가 보이지 않는 거리로 멀어진다.
인간의 일생은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면서도,
바로 그런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받는다.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