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경주 최부자집 포스팅을 보고 미경이가 도서관에서 빌려준 책.

덕분에 억지로(?) 공부하다.

이건 뭐, 동생이 언니를 학습시키는 격이다.

학습을 강제 당하는 건 묘하게 기분 좋은 일이긴 하지만. ㅋㅋ

 

이해되든 말든 무조건 통독~

 

15개 명문가 고택을 답사하고 가문의 정신, 가풍, 교육 철학을 이야기하다.

풍수지리, 음양오행의 해박한 지식까지 엿볼수 있어 신선하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담양 소쇄원에 이르는 길의 아늑한 풍경과 정취를 마음에 그린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고택, 환경, 성정 역시 여러면에서 다른 것 같다.

그곳에서의 역사와 사람의 일들도 아득히 떠올려 본다.

 

경상도 대표 퇴계 이황의 이기이원론, 전라도 대표 고봉 기대승의 이기일원론

둘은 지역, 나이, 정치 참여도 등 모든 대조점들을 극복하고

8여년에 걸쳐 사단칠정론으로 불리우는 서신 논쟁을 거듭하면서도

서로 흠모하고 사랑했다 한다.

 

아름다운 심교(心交)...

 

금욕적인 이황보다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주의자,

한국적 살롱 문화의 중심축 기대승에게 더 끌린다.

 

종가의 전통과 엄격함이 고루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인문학적 풍취와 지조가 향기롭다.

 

풍수지리는 미신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천문, 명리, 지리 모두 엄청난 과학이라는 생각도 얼핏 든다.

 

 

 

대숲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바람이 불 때마다 사각사각, 대나무 이파리가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있다...일이 바쁜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다. 할 일 없는 건달이 되어야 들리는 소리다. 그 소리를 한참 듣다 보면 집착과 번뇌가 사라지는 것 같다. 이름하여 망우송(忘憂頌)이다.

 

계산풍류란 사대부들이 경치 좋은 계곡에다 누정을 지어놓고 문(文), 사(史), 철(哲)을 논하고 즐기던 조선시대의 고급문화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호남의 고급문화는 서원보다는 누정에서 먼저 출발했다는 말이다.

 

운명을 바꾸는 방법은 첫째는 적덕이요, 둘째는 명리를 통찰하는 것이요, 셋째는 풍수요, 넷째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한다.

 

소요유(消遙遊)의 쾌감을 알아 버린 사람은 결코 조직사회의 속박에 묶이지 않는다. 고향에 순채나물과 농어회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눈에 불을 켜고 벼슬에 집착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시대의 학문을 논할 때 정다산을 비켜갈 수 없듯, 예술을 논할 때에는 김추사를 비켜갈 수 없다고 본다. 그는 오늘날에도 인구에 회자되는 다음의 유명한 서예관을 피력한 바 있다. "가슴속에 청고고아(淸高古雅)한 뜻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문자의 향기(文字香)와 서권의 기(書券氣)에 무르녹아 손끝에 피어나야 한다."

 

추사 김정희 고택의 주련...

"서예는 외로운 소나무의 한가지와 같다.

그림 그리는 법은 장강만리와 같은 유장함에 있다.

세상에서 꼭 할 만한 일 두 가지는 밭 갈고 책 읽는 일 뿐이다.

문자를 통해서 깨달음에 들어간다.

오직 사랑하는 것은 그림과 책 그리고 옛 물건이다.

봄바람처럼 고운 마음은 만물의 모든 것을 용납하고

책은 이미 삼천권이 넘었다.

반나절은 정좌하면서 마음을 수양하고 반나절은 책 읽는다."

 

옷도 대충 입고, 먹는 것도 되는 대로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사는 집만큼은 푸른 소나무숲이 있는 아름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衣와 食이 주는 멋과 맛보다

住가 지니는 건축적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아마도 의와 식에 비해 주라고 하는 것이 인간이 지닌 강력한 욕구 중의 하나인

문화적 욕구를 더 중층적으로 충족해 주는 속성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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