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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테'는 대단하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어도 전혀 어지럼증을 느낄 수 없게 하더라.
제대로 된 멀미약임을 '검증'
덕분에 포항,삼척,속초,고성...
고성에서 다시 원주,대전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이 책을 몽땅 읽을 수 있었다.
유독 차 안의 지루한 시간을 못 견디는 나이므로
장거리여행을 갈 땐 키미테 붙이고 독서해야지.
유용한 깨달음이다. ㅋ
21인의 작가가 쓴 음식 이야기
난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항상 즐겁다.
먹는 건 즐거운 거니까.
재료, 향기, 음식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관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글은 언제나 환영...
청춘, 고향, 여행, 추억
4가지 테마 아래 묶여진 다정한 글들은
여행길에서 읽기에 맞춤하다.
나도 내 인생의 음식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건 그 때의 독특한 냄새를, 아직도 선명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취업하기 전의 절절한 궁핍 속에서의 천오백원짜리 김밥 한 줄
잘 되지 않던 연애...
그러다 어느 순간 몸과 마음에 꼭 맞춘 듯이 나타난 첫사랑과의 데이트는
늘 편안했고, 의지가 되었고, 안정감을 주는 것들이었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 주던 그릇으로 눌러주던 호떡
계란과 우유가 듬뿍 들어간 노란 카스테라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두부, 감자 송송 엄마의 된장찌개
여러가지로 바쁜 엄마가 된 지금의 내가 매일의 위로를 받는 한 잔의 뜨거운 커피
언제나 동경하는 토스카나의 토마토 듬뿍 파스타
이렇게 음식을 소재로 글을 쓰라면
몇 꼭지라도 글이 나올 것 같다.
심심하면 한번씩 써 볼 일이다.
엄마가 해 준 갓 한 아침밥에 공부할, 또 세상과 맞설 힘이 늘 새롭게 솟듯이
따뜻해지는 글이고
우울한 날 마시는 맥주처럼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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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한 그릇의 카레라이스 - 안은영
정확히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서로의 마음에 각자 아로새겨졌는지
알 수 없다. 먹지도 못하는 술자리에 끌려온 척했던 것, 소주 두어 잔에 명치가 쓰려오는 걸 참으며
자리보전했던 것, 유독 그에게만 싸늘하고 도도하게 굴었던 것들을 조합해 보면 어느 한 시점이
아니라 한 계절을 서로 무심한 척 견디면서 각자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사랑하기 시작했던
것이리라.
건강한 사고력을 가진 남자는 실로폰처럼 경쾌한 기분을 들게 해 준다.
힘든 사랑을 끝내고 가까스로 기운을 충전하던 내게 그는 상큼하고 신실한 마술 같았다.
연애는 한 그릇의 카레라이스다.
어떤 재료를 섞어도 기묘하게 어우러진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연인, 내 처지에 맞지 않는
사랑이란 없다. 사랑하면 본질은 간데없고 사랑하는 마음만 남는다. 지나봐야 사무친 줄 안다.
나는 소년이면서 신사인 남자를 만나 연애하면서 카레를 알았다.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이화정
배가 고프거나, 한식에 질렸을 때 햄버거가 그리운 것은 아니었다. 뭔가 결핍을 느낄 때, 왠지
여유가 없다고 생각될때, 반사적으로 통통한 고깃덩어리, 노란 치즈,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피클과 겨자의 맛이 어우러진 햄버거가 그리웠다.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삶은 늘 한 끼의 식사일 뿐이다. - 김창완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가 되는 것 이상을 탐하지 않는 이 소박한 음식...
삶이 내게 주려고 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꾸역꾸역 집어 넣고는 소화불량에 걸려버린
내 영혼을 다이어트 해준 것이다. - 정박미경
허기란 사랑에 배고프고, 우정에 배고프고, 시간에 배고프고
진짜 배가 고픈 것이므로 우리 삶에 대한 가장 거대한 은유다 - 백영옥
가장 소중한 순간에 떠오르는 것은 늘 엄마가 끓여 준 된장찌개.
엄마가 한 국자 떠서 건네주면 갑자기 공간이 뒤로 물러나고 어금니가 마비된다. - 이충걸
엄마가 그랬듯 나도 아들에게 커피의 이 맛만큼은 꼭 가르쳐 주고 싶다.
원래 커피는 그런 거라고. 매일매일 마시는 거라고. 매일매일 마셔도, 또 생각나서
마시고 싶은 그런 것, 힘들고 지칠수록 더욱 뜨겁고 달콤하게 나를 꺠우는,
마치 소설처럼, 사랑처럼, 바로 너처럼. -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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