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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건...
아이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일까?
아님 문장이 아름다워 야금야금 아껴 먹고 싶기 때문일까?
어떤 이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문장 중 한 구절을 읽고
대번 반했다.
'사람이 누군가의 슬픔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그러니 너도 자라서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작가가 80년생인데 벌써 아기를 낳은 걸까?
아기를 낳아 본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을 썼다.
아기를 낳지 않고 이런 글이 나올 수는 없다.
아픈 주인공은 자리에 누워 스스로에게 숙제를 낸다.
하루에 하나씩 질문하고 답하기
'사람들은 아기를 왜 낳을까?
......
생각해 낸 답변은 이러하다.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다시 살기 위해'
기억하지 못하는 태내, 3살 이전...
그리고 설사 기억하더라도 바쁜 삶 중에
잊어 버리게 된 기억들...
공감 백만배...
아기를 키운다는 건
아기와, 나와, 나의 엄마를, 아빠를
동시 순환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인생을...그 윤회를 깨닫게 하는
경이로운 체험이다.
책에서처럼 나도 통통한 백일 무렵의 나를 중간에 앉히고
포즈를 취한 사진 속 엄마, 아빠의 젊은 눈을 떠올린다.
내가 우리 아이를 키우듯, 나를 키운 그 모든 과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젖먹일 때, 눈 마주칠 때, 엄마를 보고 방긋 웃을 때
종알종알 말하기 시작할 때
학교에 들어갈 때
그림책을 같이 읽고
한글을 가르쳐 주고
국어, 수학 공부를 같이 할 때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다시 살고 있는 것이다.
어제 저녁.
책을 마저 다 읽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보다 더 처연한 슬픔을 표현한 책...
서하와의 편지...(가슴 졸이는 사랑. 그게 사기였다니. 있을 수 없는 일. 너무 슬프다.)
특히 에필로그의 '두근두근 그 여름'은 치명적으로 아름답다.
잊지 못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