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로방스에 가면 인생이 아름답게 생각된다. 왜일까?

프로방스에서의 삶이 아름다운 까닭은

무엇보다도 햇빛 때문이다.

노랗고 투명한 햇빛 없는 프로방스는 상상할 수가 없다.

여름의 메마른 대지와 건조한 대기 속에 그야말로 부서져 터지는 햇살 속에서

인생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햇빛은 프로방스의 그 맑고 건조한 대기 속에서

밝음과 따뜻함을 글자 그대로 부스러뜨리고 터뜨려서 흩뿌려 놓는다.

 

프로방스는 감각의 박물관이다.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도

빛바랜 덧창 앞에 붉고, 하얀 제라늄 화분을 가지고 있는...

프로방스의 골목길을 걷고 싶다.

 

주로 고흐가 말년에 예술혼을 불태웠던 아를에 머물며 쓰는 프로방스 일기

스케줄에 쫓기는 여행이 아니라

아침 먹고 성당에, 점심 먹고 작은 미술관, 저녁 먹고는 마을 산책

다시 다음날 고흐의 삶을 따라 생 레미 정신병원을 다녀오는 식...

그리고 책상에 앉아 일기처럼 여행기를 쓰는 것이다.

고흐의 서간문을 함께 읽으며...

 

프로방스의 정취와 작가의 지적, 예술적 향취를

함께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햇빛, 올리브나무와 삼나무, 허브 향기, 와인...

수많은 화가와 작가들의 예술혼을 자극한 프로방스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풍경은 오직 빛을 통해서만 살아 있다.

- 알퐁스 도데

 



삶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일의 시작, 첫번째 경험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첫 경험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한한 가능성이

아직 하나의 정해진 운명으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 장 그르니에

 



특정 사람이나 장소와 만나 받게 되는 특별한 인상은 그와 나 사이에 '선택적 친화성'이 작동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선택적 친화성은 우연도, 필연도 아니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를 끌어 잡아 당기는 힘이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암기 작업이 아니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몸과 정신과 모든 이해력과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일련의 단어들과 그것을 움직이는 법칙들만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통해 느끼고,

인식하고, 추론하고, 상식을 넘어 마음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기도하고, 결국에는

존재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적이고 명상을 자극하는 피렌체의 햇살과 몸의 아름다움과 행복함을 생각하게 하는 로마의 햇살, 그것은 모든 인간이 간직하고 있는 두 개의 모순된 욕망인지도 모른다. 종교적 구원과 세속적

쾌락 사이에 찢기어진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프로방스는 작가들에게 수많은 산책로를 제공한다. 들판으로, 언덕으로, 포도밭 사이로, 산속으로, 바람을 맞으며, 석양을 바라보며, 라방드 향기를 맡으며 몇 시간이고 걸을 수 있는 곳이 즐비하다. 장 지오노와 앙리 보스코를 비롯한 프로방스의 작가들은 모두 위대한 산보객들이었다.

 



프로방스에서 나는 올리브유에는 모두 엑스트라 비에르주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모든 즐거움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지만 엑스트라 비에르주 올리브유는 원하는 만큼 먹어도 아무 뒤탈이 없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비추어볼 때, 나는 내 몸이 견딜 수 있는 기간을 6년에서 10년

정도로 생각한다. 감정이나 어려움을 피해 절약할 의도는 전혀 없다. 나의 삶에서 짧게 산다는 것과 길게 산다는 것은 차이가 없다. 나는 나의 삶의 흔적을 몇 해 안에 완성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30년 동안 방랑자 생활을 한 나는 더 이상 세상일에는 관심이 없다. 내 삶은 유화나 데생

속에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내 그림은 어떤 유파나 그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진지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작품의 전부다.

- 빈센트 반 고흐 

 



프로방스의 산과 들에는 백리향, 로즈마리, 박하, 마요라나, 차조기 등 향기 나는 풀이 풍성하다.

... 그들은 여러 향초를 섞어 쓰지 않고 한 가지 음식에 한 가지 향초만 넣는다. ...

프로방스의 햇빛을 받고 자란 싱싱한 향초들이 들어간 음식 냄새가 바람에 섞여 골목길을 편안하게 가득 채운다.

 



라방드는 프로방스의 영혼이다.

해가 지는 저녁 아무도 찾지 않는 산 속의 벌판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보랏빛 꽃과 그 향기. 연기처럼 솟아 오르는 그 향기가 바람에 실려 날아와

고독한 나의 영혼을 적실 때 라방드와 나의 영혼은 하나가 된다.

그러면 나의 영혼은 멀리멀리 날아다니며 우주의 혼과 만난다.

프로방스의 자유로움, 신선함, 고요함, 장엄함이

갑자기 나를 부르며 가까이 다가와 온몸에 생기를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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