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개정판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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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우, 학고재, 2008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하다

 



우리 사찰, 도자기, 금관, 그림 등

우리 문화에 대한 예찬가~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간송미술관...

꼭 가 보고 싶다.

이 책에 나온 문화재들을

눈으로 마주 대하고 싶다.

 



청자의 맑은 비색, 닦을수록 빛나는 밀화빛

수묵담채화, 고요함...

 



우리 아름다움...

 



국어교과서의 설명문 같은 글들이고 500페이지가 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아름다운 표현이

하나하나 소중한 글들이다.

 



부석사에 대한 글은 그 문장들 중의 백미이다.

만추의 부석사를 떠올려 본다.

 



in book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어느해 겨울 눈이 강산처럼 쌓인 달 밝은 하룻밤을

오대산 상원사에서 지낸 일이 있다.

새소리, 물소리도 그치고 바람도 일지 않는 한밤 내내

나는 산소리도 바람소리도 아닌

고요의 소리에 귓전을 씻으면서 새벽 종소리를 기다렸다.

웅장한 소리 같으면서도 맑고 고운 첫 울림이 오대산 깊은 골짜기와

숲 속의 적막을 깨뜨리자 길고 긴 여운이 뒤를 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슬픈 것 같기도 하고

어찌 생각하면 간절한 마음 같기도 한 너무나 고운 소리였다.

이렇게 청정한 종소리를 아침저녁으로 들으면서

이 절의 스님들은 禪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가다듬고

또 어지러워지려는 마음 속을 씻어내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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