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문학과지성 시인선 52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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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 언니의 추천 시집. 이성복 시인과 최승자 시인의 시집을 추천해 주었다.

시를 전혀 읽지 않았는데...지금까지.

난해하긴 하지만 감정의 울림이 있는 정제된 언어들이 아름답다.

시인들은 넘 멋지다.

대학시절 좋아했던 선배도 시를 썼었는데

나는 시를 읽지 않으면서도 시와 시인에 대한 경외감이 컸다.

지금도 마찬가지~

시집을 사서 집에 두고 가끔 읽어 볼 일이다.

 

마음에 꽂힌 이성복 시인의 시 몇 편을 적어 본다.

 


in books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강이 하늘로 흐를 때,

명절 떡쌀에 햇살이 부서질 떄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흐르는 안개가 아마포처럼 몸에 감길 때

짐 실은 말 뒷다리가 사람 다리보다 아름다울 때

삶이 가엾다면 우린 거기

묶일 수 밖에 없다

 

<또 비가 오면>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살 속으로 물이 들어가 몸이 불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도 않으신다

빗물이 눈 속 깊은 곳을 적시고

귓 속으로 들어가 무수한 물방울을 만들어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오 않으신다

발밑 잡초가 키를 덮고 아카시아 뿌리가

입 속에 뻗어도 어머니, 뜨거운

어머니 입김 내게로 불어온다


창을 닫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빗소리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

떨며 멈칫멈칫 물러서는 산빛에도

닿지 못하는 것

행여 안개라도 끼이면

길 떠나는 그를 아무도 막을 수 없지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

오래 전에 울린 종소리처럼

돌아와 낡은 종각을 부수는 것

아무도 그를 타이를 수 없지

아무도 그에겐 고삐를 맬 수 없지


<요단을 건너는 저 가을빛>


요단을 건너는 저 가을빛

물결을 지우며 달리는 나룻배 한 척

마음도 그와 같아서......


꺼지리라, 꺼지리라

저 불꽃 꺼지고 나면

거짓말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리라

 

<남해 금산>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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