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경영서라 분류된 책을 읽고 흡족한 맘이 든 것이 참 오랫만이다. 오락이나 게임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기며 모범생인 척 자라왔던 고리타분한 나로서는 아마도 제목만 봤으면 절대 골라 집어들 수 없는 책이었는데 어떤 강의에서 강사님께서 이 책을 언급하시길래 바로 그 자리에서 주문했던 책이다.

이미 품질좋은 상품들은 소비자들의 수요를 차고도 넘쳤으며, 소비자들은 이제 정말 뭔가가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정서적 만족을 위한 소비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기능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 기능이라는 것 조차 필요 이상의 기능이라 그 역시 심리적 만족을 위한 소비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토이리즘이라는 말을 툴리즘이란 말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툴리즘이란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실용주의적 상품 전략으로 주로 상품의 기능 및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상이라 할수 있는 반면, 토이리즘은 상품의 기본적인 기능을 갖추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정신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상품전략이다.

이 토이리즘은 최근 많은 기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게임화(Gamification)와도 구분되는데, 토이리즘이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면 게임화는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라고 답한다는 것으로 이들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토이리즘을 가지고 여러 기업들의 흥망성쇠의 현상과 이유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 토이리즘이 미래 산업을 바꾸는 새로운 생각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러면서 이 토이리즘을 내 개인에 적용해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매우 효율 추구적인 나로서는, 그러니 말하자면 매우 툴리즘적 사고방식을 가진 내가 앞으로의 세상에 잘 적응하고 살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이미 이만큼 산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하려나?ㅎ

또하나는 토이리즘에 대한 책을, 툴리즘적인 내가 읽고 이렇게 만족스러운 것은 이 책이 매우 툴리즘적으로 쓰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애니어그램 강의를 들을 때 강사분께서 자신은 장형의 사람인데 대부분 책을 쓰거나 읽는 사람들이 머리형의 사람이기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뛰어난 생각을 체계적으로 책을 통해 알리는데 상대적으로 불리한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토이리즘에 대해 이렇게 설득력있게 쓴 이 저자는 과연 토이리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일지 툴리즘적인 성향이 강할지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내 안에 있을 것이 틀림이 없는 토이리즘적인 요소를 더 늦기 전에 이끌어 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슬쩍슬쩍 보여지는 그런 내 모습은 대부분의 경우 툴리즘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눌려지곤 했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나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툴리즘적인 것이려나-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어떤 매장에서 평소같으면 쓸데없는 상품이라 여기며 지나쳤을 법한 애들 장남감 같은 '거짓말 탐지기'에 유난스레 꽂혀 만지작 거리던 나를 생각하니, 더더군다나 이 책을 상품이든 기업 전략이든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물론 세상의 변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한번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뜻밖의 생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작가들의 소설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닌데, 최근에 몇권을 사들였다. 알라딘과 예스24의 사은품 덕분(?)에.

김주영 작가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었는데, 누군가의 리뷰를 보고 골랐던 것 같다. 책머리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는데 전에 읽은 적이 있는 객주라는 장편 소설을 쓴 분이었다.  그런데 1939년생이라고 하니 올해로 79세이다. 이런 나이의 소설가에게서 나온 소설은 대체 어떨까 싶은 마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책은 정말로 이런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뜻밖의 생을 산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크게 과장되지 않은 그의 불운, 어쩌면 저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또 소설에서 그려지는 그의 성격이나 입장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오히려 내가 마음이 쓰이는 억울한 상황들, 호들갑떨지 않는 아주 가끔 있는 기쁨 등등.    

그런데 희한한 것은 이런 삶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억지스러울 법도 한 이야기인데도 억지스럽지가 않았다.  억지로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구석이 하나도 없이 그저 담담히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노장이기에 가능한 글이구나 싶었다.   

책 마지막 작가의 말이 아주 인상적이다.


"방법은 고난보다 많다.

 척박한 바위산 기슭에 

 십 년 동안 하루에 몇 그루씩 

 나무를 심고 있는 

 중국 농촌의 한 농부가 한 말이다. 

 그는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심각한 장애인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라 "방법은 고난보다 많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훅~ 이해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방법이 고난보다 많다"라니.....이 얼마나 가슴이 저며지는 듯한, 그렇지만 그 마음을 딛고서 기어이 일어서야만 하는 가슴 먹먹한 상황이란 말인가. 참으로 인생은 저마다 저 나름대로 힘겨운 건가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래저래 추천받아 사 둔 책들이 십여권 쌓여있는데, 그래도 또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들을 사서 보기도 하니 대기구역에 놓인 책들이 도통 줄어들질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지난번 분리수거함에 이은 알라딘의 두번째 사은품인 보냉백을 내 손에 넣고자 또다시 책을 몇권 사들였다. 이번 보냉백은 어딜 놀러갈 생각에서 손에 넣고자 했던 건 전혀 아니고...곧 아빠한테 갈텐데 그때 시원한 음료수나 넣어갈까 하는 핑계아닌 핑계의 제물이랄까^^

여튼 그래서 책을 골라담고 있던 중에 제목에 눈이 끌리는데다 그 지은이가 공지영이라길래, 그래서 믿고 사들였다. 사고보니 내가 그닥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류인 단편집이다.

오늘 낮에 그동안 며칠째 애를 쓰던 강의안을 하나 마무리하고, 바로 이어서 가열차게 다음 강의안을 준비해 보겠다고 책상에 앉아 있다가, 잠깐 머리를 좀 식히고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내리 몇시간을 쭈욱 침대에 누워 다 읽고서야 일어났다. 책이 너~무 흥미로웠다기 보다는 강의안 준비를 하기 싫었던게지...

이 책은 공지영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는 단편 소설들의 모음이었다.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과 그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얘기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배경 때문인지 자전적 소설격인 이 이야기들은 낮은 단조음으로 이루어진, 그렇다고 구슬픈 것은 아니고 조금 무게감 있는 배경 음악같은 느낌이었다. 

욥의 고통에는 이유가 없다. 
신이 악마에게 그냥 그를 괴롭히도록 허용했을 뿐..
그리하여 욥은 아내와 자식과 재산과 건강을 잃고
고통의 구덩이 한가운데로 던져진다.
왜?
훌륭하신 분들은
'욥기'가 성서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그것은 고통의 불가해성에 대한 
인류의 통찰이라고.


그녀가 말하는 아픔과 슬픔에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공감하게 될까봐 내가 그 글들로부터 슬쩍슬쩍 빠져나오며 읽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글을 읽었다. 그것이 내가 너무 빠져들까봐 겁이 나는건지, 아니면 그저 깊이 생각하기가 싫어 그러는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나는 항상 이런 식이었던 것도 같다. 어정쩡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말랑말랑 뇌과학
김대식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연휴기간동안은 곧 있을 논문 프로포절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아 특별한 일 아니면 나가지 않고 공부를 하기로 했다. 내가 쓸 논문 주제에 대해 폭넓고 깊이있게 사전 공부를 해 놓은게 아니다보니 한문장 한문장 써나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한페이지 정도를 채우고 나면 "하아~"하는 한숨과 함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고, 슬슬 마루로 나가 과자하나 까먹고 들어오거나 커피 한 잔 타서 들어오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도 바로 책상에 다시 앉기 힘들면, 잠깐 침대에 기대앉아 책을 좀 읽곤 했다. 

이 책은 그래서 이번 연휴 기간동안 공부가 안되는 틈틈이 읽은 책이다. 공부가 안될때마다 침에 머리맡에 놓어 있는 이 책을 집아들면서  '그러게, 대체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냐' 자문해보곤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놀라우면서도 부러웠던 점은 그 어렵고 방대한 지식을 어쩌면 이리도 쉽게 풀어낼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세계적으로도 내로라 하는 뇌과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러니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많을까. 

난 주로 유통 분야의 강의를 하는데 강의를 준비하다보면, 강의 시간에 맞춰 내가 아는 것들을 편집하고, 또 강의를 듣는 분들에 맞춰 내용의 난이도나 전달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강의시간이 짧을 때와 수강자가 유통 분야의 분들이 아닐 때 강의 준비하는 것이 더 어렵다. 
강의시간이 짧을때는 내가 아는 것을 다 말해주고 싶은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걸 다 어떻게 전달하나 싶어서 어려운데,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깊이있게 안다면 이를 축약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텐데 이걸 어려워 하는 것은 내가 아직 충분히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인가 싶은 생각에 잠깐씩 괴롭기도 하다. 한편으론 내가 잘난체를 할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또한 수강자가 유통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부담없고 쉽지 않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되려 준비하기가 까다로운데 용어에 대한 이해 수준이나 배경 지식이 다른 분들이다 보니 예를 들어야 하는 사례나 전달 방식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어디선가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유치원 생들이나 초등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의 타겟을 일반 대중이라고 분명히 하고, 가지고 있는 방대한 지식을, 그것도 엄청난 깊이로 알고 있을 뇌과학 분야에 대해 일반 대중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구미를 당기는 소제목들로 구성하여 쉽게 써내려 갔는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저자의 전문성이 훨씬 돋보였다. 

어쩌면 이 저자는 이 분야에 대해 논문을 한편 쓰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그럼 난 뭐야, 강의 준비도 힘들어하고, 논문은 더 힘들어하고..."라는 생각이 뒤이어 따라왔다. ㅠㅠ  

세상은 뇌가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아는 것을 본 것이 세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미완의 상태로 태어나 결정적 시기라고 일컬어지는 태어난 지 10년~12년 동안에 뇌의 하드웨어가 완성이 된다고 하면서 이미 나이를 먹을대로 먹은 나를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뇌에 굴복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소극적인 희망과, 우리의 뇌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꾸준히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는 보다 적극적인 희망의 내용도 포착했다. 더불어 몇가지 근원적인 질문거리도 생겼는데, 그건 일단 논문 프로포절이라도 좀 끝난후에 생각해보는 걸로^^

마케팅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나름 합리적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을 '정당화'할 뿐이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진하게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D의 정석 - 상품기획부터 판촉, 협상까지 MD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이라경 지음 / 한국체인스토어협회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그대로 MD의 정석이다 MD뿐 아니라 유통인들에게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