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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 무엇이 인간을 예외적 동물로 만들었는가
아구스틴 푸엔테스 지음, 박혜원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여전히 과학계와 종교계의 분투는 이어지고 있다. 다윈이 그 오랜 세월동안 자신의 진화론을 발표하지 못했던 것도 당시 교회의 힘을 두려워해서였다. 과학이 발달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게 발전했다고 할 수 있는 현대에 들어서서야 종교와 과학의 대립이 더 커졌다. 생명 탄생의 비밀은 아직까지도 정확히 밝혀냈다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종교에서 말하는 탄생과는 현저히 다르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학교에서 그렇다고 배웠으니까.몇천 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출현했고 불의 발견하게 되었고, 돌도끼를 쓰게 되었으며 말을 하고 기타 등등의 발견과 발명으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을. 호모 사피엔스의 지구 지배는 이렇다라고 말이다. 지구의 역사에 비해서는 더할나위없이 미약한 인류의 역사이지만, 인간의 수명에 비해서는 꽤나 오랜 세월을 거쳐서 현재까지 번영하고 있다.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고는 있지만, 끝없이 번식을 이어가면서.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기만한 순서였는데 반해, 이 책의 저자는 인류의 기원과 창의성이라는 다소 낯선 카테고리의 두 영역을 연결짓고 있다. 과연, 이는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인류의 돌도끼 발명을 필두로 이어지는 창의력의 토대를 말이다. 학창시절 아무런 의심없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외우고 시험쳤던 인류의 기원과 역사를 창의력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선했다. 두께가 꽤나 되는 약간은 부담스러운 분량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재미로 완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지구상이 다른 동물들도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지만, 인류처럼 문자로 남길 수 있는 체계적인 문화는 없다. 협력에 관해서도 지구 상에서 인류는 유일무이한 동물이다. 돌고래와 같이 다른 동물에 비해 대화와 협력이 상당히 뛰어난 동물이라고 해도, 인류에겐 비교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창의력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그 살을 더해간다. 물론 이 위대한 능력은 인류의 역사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하고 세계대전과 같은 학살을 자행하기도 했고, 현대에도 전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창의력의 또다른 부분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창의력에 관한 일반적인 방법론을 말하는 책들에 식상함을 느낀 독자라면, 인류학과 더불어 창의력을 말하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신선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