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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별아이 료마의 시간
신보 히로시 지음, 노인향 옮김 / 지식너머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따뜻한 햇살처럼 내려오는 이야기.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아빠와 료마의 성장일기다. 누구나 다가올 미래가 예상할
수 없는 예기치 못한 료마의 자폐증은 아빠를 절망하게도 하지만, 어느새 료마는 아빠의 살아갈 이유가 된다.
료마가 문어별아이인 이유는 참 귀엽다.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자기표현을 한다. 마치 잡으려고 하면 쏙쏙 빠져나가는 "문어별아이"
같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한번 자리를 잡고 앉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바위별아이"일 때도 있다고 한다. 아빠의 표현이 참 귀엽다.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이곳저곳에서도 많이 보여져, 닮고 싶었다.
장애, 자폐를 가진 부모는 얼마나 힘들까? 나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답답한 료마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을 망가뜨리며, 때로는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도 많지만, 그 또한 아이가 하는 "말",
"표현"의 일부이기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자신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얼마나 답답할까? 마음대로 자기 생각을 이해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아파본 적 없는 사람은 아프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어렵다. 그만큼 자신이 우선적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 중
지하철을 타고 간 아빠와 료마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료마가 지하철에서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자, 한 아저씨가 이야기한다. "애들 교육
좀 잘 해야지 원," 어쩌면 이 아저씨는 료마의 아픔을 알지 못했을 수도,버릇없는 철부지 아이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지하철에서 시끄러운 상황을 목격했대도 속으로 "부모가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하고 인상을 찌푸렸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
아이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면, 장애를 앓고 있어서 소리를 멈출 수 없었다면,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좀 더
너그러운 나를 만들어야지" 다짐했다. 나는 나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에 자유에 대한 권리로 너그러움을
표현해야지.
세상은 보이는 것과 참 다른 보이지 않는 의미를 말해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면의 이야기를 사정을 다 알지 못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갈 것이다. 인간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것은 "따뜻함"이 있기 때문인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타인을 향한 따뜻한 빛을 잃어가며 자신, 내
영역에 있는 사람들만 품어가며 살아가고 있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