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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을 닮은 방 1 - 세미콜론 그림소설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김한민 지음 / 세미콜론 / 2008년 1월
평점 :
'혜성을 닮은 방' 만화책이라는 이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전혀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림소설' 이라고 책 표지에 적혀 있듯이 만화가 아니였다. 간결한 그림체로 표현된 주인공 무이와 징그럽게 묘사된 다른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정말 좋아한다.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으로 봤을 때 별 다섯개 이다. 남들에게 추천해주기보다 내가 가지고 싶은 책. 마치 나를 담고 있는 책. 만약 내가 책을 쓴다면 이렇게 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혹시 어딘가 있는 나의 또 다른 내가 이 책을 그리고 쓴 건 아닐까?'
누구에게나 '혼자어' = '에코어'가 있다는 얘기. 그렇다 , 정말 그렇다. 일단 아무리 내가 자세히 설명해주어도 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언어'는 100% 내 생각을 표현해주지 못한다. 또한 주변상황, 듣는 사람의 태도 등등이 언어의 전달을 왜곡 시킨다. 고로 내 언어를 고스란히 이해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사람은 결국 혼자인지도.
사무치게 외롭구나.
'에코어' 라 내 안의 소리 마치 블로그 같다. 공허한 가상의 공간에 외치는 소리. 온전히 나 혼자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나를 대변하고, 나를 표현하고, 내 안의 모든 것을 털어놓은 공간. 도서관에 있던 책들도 블로그랑 비슷하다.
'혜성을 닮은 방'은 기억의 흐름에 따라 마구 써내려간 글들 같지만, 그 속에서 촌철살인의 글들이 많이 있다.
가령 예를 들면
'우주선 이론 : 한 권의 책을 이루는 수 많은 문장들 중에 결국 한 줄의 메시지만이 독자의 내면에 도달하고, 나머지는 망각의 바다 속에 사라진다. 어는 문장이 최종적으로 독자의 가슴에 안착할까? 그문장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책을 쓰지 않고 그 문장을 쓸 것이다. 오히려 모르기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아무리 나쁜 책이라도 그 책 속에 꼭 한 문장은 좋은 문장이 있더라구요" 라고 얘기했던 형이 생각난다.
그리고 또 내 가슴속에 들어온 문구 '나를 가르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없다. '내가 모든 순간 배울 수 있을' 뿐.
아! 쓰다보니 책을 고스란히 다 써버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구절만 쓴다면 (아니 조금 많이..)
'그런 책이 있다. 아는 사람 같은 책. 뜻이 통하는 친구 같은 책.
내가 평소에 무심코 떠올리고, 버렸던 생각 조각들을
누군가 주워 모아서 솎아낸 다음, 한 차원 높은 언어 솜씨로 빚어놓은 것 같은 책.
그냥 알 것 같은 정도가 아니라.
쓰였다 지워진 문장들과, 쓰인 방의 풍경과 쓰인 시간과
쓴 사람의 절실함, 그래 그 절실함의 농도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
단지 읽는게 아니라, 또 다른 나를 환기하고 발견하는 책.
이 책이 그런 예감을 준다.
앞으로 매일 매일, 숙제를 일찍 마치고 틈틈히
이 책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않을까!"
어쩌면 그동안 고안해놓은 이론 구슬들을 엮을 실이 이 안에 있을지도...
조각들끼리 연결하고 연결한 어느 순간,
번쩍하고 빛이 어둠을 가른다면!
전구를 처음 발명한 사람의 감흥을 알게 되겠지.
아, 그 순간은 또 얼마나 뿌듯할까?
안 그러니, 소우주야? '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는 나와 무이는 닮아있다. 그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공부하고 있는 것도, 세상의 체계적인 공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단지 머리속 공산으로 치부해버리는 내 안의 생각(이론)들...
아! 이 책이 시리즈란 사실을 깨닫고, 바로 2권을 구매하려고 했다.
서평에 너무 많은 인용구를 사용해서 괜찮을지 모르겠다. 스포일러가 되버린건 아닐지.
책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마치 '나'를 만난 것 같아서 기쁘다.
아! 책 속에 나오는 '솔' 아저씨.....;;;
'나'를 만나긴 만났구나..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