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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예술과 현실에 대해서 쓴 책.. 이랄까? 역시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이미 인정받은 책이기 때문에 내 취향에 안 맞을 순 있어도 배울점도 많고, 생각할 점도 많다. 그저 책 속에서 감명깊게 읽었던 부분만 서평을 써도 한페이지 가득하게 쓸 수 있다.
"나를 위해서는 무슨일이고 하려 했었소. 내가 원하는 단 한 가지, 나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두는 일을 제외하곤 말이오. -192page (블랑셰)여자에 대한 스트릭랜드의 생각"
스트릭랜드의 여자를 보는 관점은 너무나도 남성적(가부장적?)이다. 여자는 남자를 위해서 살고, 남자는 일을 위해서 산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집착을 하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귀찮아 하고 너무 단편적인 면이 아닐까? 지금은 남자가 여자를 집착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아마도 고전이다 보니 그시절 상황이 다분이 들어있겠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냉혹한 사실은 그러한 불행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세상은 전과 똑같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세상 사람 어느 누구하나 그 비극으로 인해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193page 블랑쎼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점점 장례식에 갈일이 많아지면서..(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가까워지는 걸 깨닫게 되는건 어릴땐 별로 갈일이 없던 장례식장을 이젠 자주 가야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장례식장에서 많은 사람들은 고인에 대한 이야기보다 오랜만에 만난 친족끼리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 고인은 이미 잊혀진 사람이 되버렸다는 것. 내가 없다 해도 세상은 너무나도 그대로 잘 돌아갈 것이다.
"우리들 각자는 이 세상에서 단 혼자뿐이다. 황동탑 속에 갇혀서, 단지 부호로써만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부호들은 아무런 공통적 가치를 지니지 못하므로 그 뜻이 애매하고 불확실한 것이 되고 만다."
한국어를 할때는 자주 깨닫지 못하지만, 영어를 배우다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언어를 통해서 우리는 서로에게 전혀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다. 단순히 단어의 전달, 이미 사전적으로 정의된 의미의 교환을 할 뿐이다.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동을 어찌 사람에게 똑같이 느끼게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가련하게도 우리 마음속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상대방에게 전하려고 애쓰지만, 상대방에게는 그것을 받아들일 만한 힘이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 이웃과 어깨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어울리지 못한 채 쌍방을 알지 못하며 쓸쓸히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는 이방인 같아서, 상대방에게 전할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들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회화책의 진부한 언어만을 사용하고 만다. 그들 이방인의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는데도, 그들은 정원사 아주머니의 우산이 집 안에 있다는 정도의 말만을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제대로 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때때로 인간은 신비하게도 자신이 속해야 한다고 느끼는 어떤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는 수도 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안다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행하고 아무런 갈등도 없이 평화로움 속에서 자신을 즐길 수 있는 상황 아래에 사는 것이 인생을 망쳐놓는 일이며, 지위가 높은 의사가 되어 연간 1만 파운드의 수입에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 사는 것이 과연 인생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떤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일까?
당신에게는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