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가 좋아요 - 행복한 인생을 사는 지혜, 개정판
쓰지 신이치 지음, 이문수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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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갖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그냥 제목만으로 끌리듯이 고르게 되었는데. 단순한 "천천히" 이상의 즐거움과 깨달음을 준 멋진 책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저자의 글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요근래 나는 "시간"이 없다. 책 속에 나오는 회색신사에게 시간을 저축해논 사람들 처럼 나는 시간을 계속 아끼고, 아끼고 있지만 결국 여유없는 나날이 계속 된다. 도대체 그 많던 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근로를 하고, 강의를 듣고, 밥을 먹고, 도서관에 가고, 다시 집으로, 컴퓨터를 키고, 메일을 확인하고 이렇게 평범한 일상인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길 시간조차 없다.


  나는 내가 시간관리를 잘 못해서 시간에 쫓겨 사는줄 알았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프랭클린 다이어리처럼 잘개 쪼개진 시간 속에 나를 담는다. "선중후경" 이라는 사자성어 처럼 중요한일을 먼저하고 급한일을 나중에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결국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 이다. "선중후경" 덕분에 시간이 모자란 가운데도 일처리를 잘하게 되긴 했지만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


  "천천히가 좋아요" 에서는 내 고민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해준다. 절약한 시간을 또 다시 쓰려고 하기 때문에 시간이 다시 모자라 지는 것이라고, 마치 세상은 너무나도 편리해 졌지만 예전보다 더 많이 바빠진 것 처럼...


  "천천히가 좋아요" 는 단순히 시간 이야기만 하고 있진 않다. 환경과 자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세번 컬리스 스즈키라는 꼬마 숙녀가 했던 연설은 비록 문장을 통해서이지만 나를 울린다.


"만약 전쟁을 위해 사용되는 모든 돈을 빈곤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한다면 이 지구는 멋진 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아이이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아! 이렇게 간단한 사실을 왜 어른들은 모르는 걸까? 가장 똑똑하다는 세계의 많은 대통령, 국방부장관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걸까? 단순히 욕심 때문에 정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무엇이 이 세상을 참혹한 전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일까?


  짧은 책 안에 무수히도 많은 좋은 내용이 담겨 있다. 모든 것을 서평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자기가 본 것 조차 제대로 글쓰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다.


  나무늘보 이야기도 무척 인상깊다. 단순히 게으른 동물로만 알려진 나무늘보가 이렇게도 좋은 가르침을 준다니.


"필요한 것 이상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싸우지 않습니다. 필요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와도 좋은 칙구가 될 수 있지요.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는 나무늘보에게 평화를 배워야 합니다."


 욕심이 없다면, 싸울일이 없다. 내가 필요한 만큼만 가진다면 누구와도 싸우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어릴 적에 식탐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먹을 것을 가지고 자주 형과 싸운곤 했다. 배가 아무리 불러도 맛있는게 있으면 또 먹고 싶고, 왠지 형이 먹고 있으면 빼앗아 먹고 싶었다. (지금 안 사실 이지만 어린아이들은 성장욕구 때문인지 식탐이 많다.) 하지만 어느 순간 , 조금 자랐을 때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싸울 일도 없어졌다. 내가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니까, 말 그대로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게 되니까 전혀 싸울일이 없었다.


  "천천히가 좋아요" 는 마치 내가 바로 전에 읽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의 그것을 닮아있다. "잡기 힘든 공은 안잡고, 치기 힘든 공은 안치는"  누구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야구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겼던 그 모습. 덧셈의 삶이 아닌 뺄셈의 삶, 프로의 삶이 아닌 아마추어의 삶.


 마지막으로 벌새에 관한 이야기로 끝마치고 싶다. (책 속에서와 같이) 오늘 한비야씨를 만나고 왔는데, 사람들은 한비야누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고 한다. "당신 한명이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내가 돈 조금 낸다고 뭐가 바뀌나요?"  물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내가 돈을 기부한다고 세상에 굶는 아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반전 운동을 한다고 전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아주 작은 그 움직임으로, 그 작은 돈으로 한 아이가 살게 된다. 우리에게는 작을지 모르는 그 돈이 한 아이의 생명을 살려준다. 한비야 누나는 벌새와 꼭 같은 말을 하신다.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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