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비룡소 클래식 55
빅토르 위고 지음, 조르주 앙투안 로슈그로스 외 그림, 김윤진 옮김 / 비룡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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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는 뮤지컬로 먼저 알고 있었는데, 대략적인 줄거리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웃는 얼굴의 흉터를 남겼다는 것과 조커 캐릭터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정보를 알고나서야 제목이 이해가 되었다. 비룡소클래식은 고전들을 청소년이 읽기 쉽게 책 내용을 요약하고 풀어서 쓴 시리즈이다. 어린 시절 고전 전집을 읽으면서 문장이 너무 어려워서 읽기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비룡소클래식은 문장이 술술 읽히는 점이 정말 좋다.


하지만 큼이가 보더니 <웃는 남자>는 표지가 무섭다고 읽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비룡소클래식의 <정글북>, <비밀의 화원>을 추가로 골라서 주니까 좋아하며 읽고 있다. 예전에 <걸리버 여행기>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초등학교 3학년정도에게도 비룡소클래식을 추천해도 좋을 듯 하다. 그런데 <웃는 남자> 내용 중에 교수대에 걸린 시체에 대한 묘사가 자세해서 상상력이 풍부하고, 잔혹한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면 중학생 정도 나이가 된 이후에 읽는 것이 적합할 듯 하다. 생각해보니 고전 중에는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내용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읽어야 하는 건 시대가 지난 후에도 일맥상통하게 통하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에서 <웃는 남자>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가난한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들의 극단적인 삶의 차이와 권력의 정쟁 속에서 가장 연약한 아이가 받아야 했던 고통,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자신 보다 더 약한 자를 지키려했던 웃는 남자. 무엇보다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해오던 것들을 책 속에 담은 빅토르 위고 작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며 이 책을 읽으면 더 깊게 <웃는 남자>를 감상할 수 있다.


"마담께서 일 분 사시면서 쓰시는 돈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 년 먹고살 수 있게 합니다. 가난한 자들의 장점이지요."


부자들이 일 분동안 쓰는 돈이면 가난한 사람은 일 년을 먹고 살 수 있다. 그것이 가난한 자들의 장점이라니!


과거에도 현재에도 부의 양극화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어리석기 그지없는 수락이었다! 자신이 무슨 거래를 했단 말인가! 얼마나 바보 같은 교환을 했던가! 대체 뭐란 말인가! 200만 파운드의 연금, 일고여덟 개의 영지, 열 개에서 열두 개쯤의 궁, 도시의 저택들과 시골의 성, 백 명의 시종, 사냥개들, 마차들, 장롱들, 영국 상원 의원이 되는 것. 고작 그것들을 대가로 우르수스의 막사와 데아의 미소를 넘겨주다니! 사람들이 빠져들어 좌초하고 마는 그 불안정한 무한함을 위해 행복을 넘겨주고 말았다니!



주인공은 어마어마한 부와 권력 대신 가난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택한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라면 부를 선택했을텐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여러분은 부자들의 부를 늘려 주기 위해 빈자들의 가난을 더 늘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해야 할 텐데 말이지요.


이 문장이 바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부자들의 부를 늘려주기 위해 빈자들의 가난을 더 늘리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시대에도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인 부자가 되려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나만 부자가 되면 그 나머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삶을 돌아본다. 나는 지금 우르수스의 막사에서 사랑스런 데아와 귀여운 아이들과 살고 있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나의 삶을 바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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