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서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1층의 면적이 5천 평이라고 하자. 그리고 같은 5천 평 정도 면적에 천장 높이가 3미터인 사무실이 있다고 하자. 이 둘이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이 되는가? 당연히 아니다. 성베드로 성당의 천장 높이는 높은 곳은 130미터이다. 정확한 측정은 어렵지만 체적으로 계산을 하면같은 바닥 면적을 가진 사무실의 20배는 더 되는 체적을 가질 것이다.
그 어마어마한 석재와 예술품의 가치를 차치하고 단순히 체적만으로계산해도 이 두 공간은 다르다.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서면 공간의 체적에서 주는 그 공간 소유주의 권력을 느끼게 해 준다. 자신이 소유한 공간은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이다. 더 큰 체적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신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적인 해석을 한다면 더 큰 공간을 소비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얼마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사람인가로 그 사람의 권력을 측정한다. 회사 내에서 회장님이 혼자서도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이유가 그것이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큰 평형대에 사는 부분들이 더 권력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면적이 아니라 체적으로 그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한 집이 천장높이 2.5미터에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다른 사람이 천장 높이 4미터에20평대 주택에 산다고 생각해 보자. 면적으로만 따지면 30평 아파트가더 큰 집이지만, 체적으로 따지면 20평에 4미터 천장 높이 주택이 더 큰집이다. 필자는 주택을 디자인할 때 건축주에게 항상 경사진 천장과 복층 공간을 넣으라고 권한다. 이런 공간은 단순 면적 방식으로는 계산이되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 면적만으로 계산하는 평당 공사비는 항상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권하는 것은 분명히 더 좋은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건축주는 이를 알고, 진행하는 오피스텔을 실내 평면 면적보다는 체적과 외부 공간으로 차별화를주려고 하는 분이었다. 이미 시장 경제에서 공간의 질적인 면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면에서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확하게 우리가 소비하는 공간을 평가하려면 우리가 사는 집들도이제 체적으로 계산해서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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