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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이동호 지음 / 세나북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군인 아저씨,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하다
저자는 27살. 마흔이 된 제 기준에서 보면 파란 청춘이지만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군생활을 시작해 이미 10년의 군생활을 한 군인입니다. 2014년 2월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을 전역하고 세계 여행 길에 오르게 됩니다.
지난 10년, 울타리가 되어주고 많은 배움을 주었던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길을 나선다. 지금의 현실에 머무는 것은 정착이라는 느낌보다는 퇴보라는 강렬한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서 끝없이 솟구쳐서 견딜 수가 없었다. 군대에서의 삼십 년을 상상해 보았다. 그 모습은 너무도 서글프고 내가 진정 원하는 나의 삶이 아니었다.
▷▷▷ 05. 인도 매그로드 간즈, 지금 만나러 갑니다 중에서
동해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로,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아프리카로. 279일간의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 길의 끝에서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을까요?
그들의 진짜 삶을 보고 싶었다

에티오피아의 파출소
279일, 나름 소박한 여행을 하고자 했다. 상업주의 껍데기 속에 가려진 삶의 진실을 보고 싶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었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눈으로 보는 것, 머리로 아는 것을 넘어 느끼고 싶었다. 각 나라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다. 먹는 것이 결국 그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 문화니까. 길거리 음식을 주로 먹었다. 식중독에 걸렸다. 사람들의 삶을 보고 싶었다. 가는 동네마다 시장바닥을 기웃거렸다. 날강도를 만났다. 무엇이 문화를 다르게 만드는 걸까. 경계 이상의 경계, 행정적 경계인 국경을 넘어 문화가 바뀌는 경계를 보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나라와 나라 사이를 이동했다. 장거리 버스는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기분을 맛보게 했다. 겸손한 자세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거지처럼 다녔다. 그냥 거지 같았다.
▷▷▷ 에필로그 중에서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고 싶었던 저자는 태국에서는 상한 샐러드를 먹고 며칠간 설사로 고생을 하면서 인간의 의미(?)에 대해 고민을 하고 몽골에서는 편안하게 관광할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떠나 유목민과 함께 생활을 하며 양 떼로 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인도에서는 고아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작음을 느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1149km의 자전거 여행을 '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을 안고 페달을 밟았고 에티오피아에서는 전자책 단말기를 훔친 꼬마 소매치기를 잡아 허름한 파출소에 가기도 합니다.
여행의 끝에서

세계여행을 다녀오면, 눈에 박힌 화살 정도는 뽑아버리는 유비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친구들은 아저씨가 되어 돌아왔다고 말한다. 싫지 않다. 적어도 로봇이 되어 돌아오지는 않았으니까. 여행을 출발하기전, 차라리 로봇이었으면 싶던 날들이 있다. 감정도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로봇만도 못하게 살았던 날들이 있다. 그저 내 앞만 보며 걸어가던, 내 주변이 어떻든 무관심한.
(중략)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자전거 여행 같은 과정이 적어도 100만 개는 있을지도 모른다. 28살 새로운 선택 앞에 선 내게 난 주문을 외운다.
'다른 이의 마음을 느끼는 인간이 되길. 다른 이의 고통에 눈감지 않는 인간이 되길. 내가 선택한 그 길을 믿길. 하루하루 삶을 완성해 나가길.'
▷▷▷ 04. 그리스 1,149km 자전거 여행(2) 중에서
이 책은 여행기라기 보다는 여행 감상기라는 표현이 적당할 듯 싶습니다. 책의 구성도 여행의 순서대로 아니라 여행이 묻다, 여행에게 묻다, 사람들이 묻다 등 여행에 대한 감상 순으로 진행이 됩니다. 답답함과 막막함에 한번 쯤은 현실을 떠난 여행을 꿈꿔본 분들에게 여행을 고민하기전에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작년에 남동생이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훌쩍 아이슬란드로 짧은 여행을 갔다오겠다고 선언을 했었습니다. 만류해도 듣지 않아서 잘 다녀오라고 더이상의 잔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그 속내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바람이 부는 순간>을 읽으면서 '속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내린 결론이겠구나' 어떤 심경이였을지 다소나마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여행 후 귀촌을 했다고 합니다. 여행이 주는 답이 거창하거나 화려하지는 않겠지만 저자의 말대로 자신의 시선을 바꿔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지요. 각자의 삶의 여행을 위해. bravo my life~
앎과 모름 사이에는 문이 존재한다. 이 문에서 돌아서면 우리는 현재에 머물 수 있다. 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면 그곳은 이내 밝아지고 고통은 진실이 된다. 여행 또한 삶의 문을 여는 과정이 아닐까.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어둠 속에 뛰어들어 어둠을 밝혀가는 과정 말이다. 어둠 너머에서 가져온 진실. 모두가 다를 것이다.
▷▷▷10. 그리스, 이건 뭡니까. 맛 파스타를 만드는 비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