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삶을 만들어가는 진한 기억들을 여행으로 녹여낸 ‘순도100퍼센트의 휴식’

이 책은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꽤 많은 여행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박상영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에세이다. 대학생이 되어 떠난 유럽여행, 충동적으로 미국으로 떠나 친구와 함께 브루클린에서 살았던 시절, 작가가 되어 제주 ‘가파도’에서 소설을 완성했던 시간과 친구들과의 우정여행까지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절이 차곡차곡 기록되어 있다.⠀

어떤 이야기들이 들어있는지 보려고 첫 페이지를 열었다가 앉은 자리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절반을 읽었을 정도로 단 한 페이지도 지루함이 없던 책이었다. 솔직하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써낸 '박상영의 여행시간'은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

이 책은 여행을 말하고 있었지만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힌다. 작가의 삶을 외롭지 않게 채워줬던_ 서로의 인생을 덧칠하며 한 시절을 공유한_친구들과의 우정이야기가 어떤 도시나 화려한 풍경보다 더 진하게 다가왔다. ⠀

성장의 기록이기도 했다. 박상영 작가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첫 에세이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를 읽고 난 후였다. 그는 재치와 솔직함을 오가는 고백적인 에세이로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의 책이 좋았던 것은 그가 단지 재밌고 웃기는 글을 써서는 아니었다. 소설에도 인생에도 진심이었던 작가의 삶의 태도가 책 곳곳에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책 순도100퍼센트의 휴식을 읽으면서도 내내 같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는걸까, 그는 어쩌면 이렇게도 삶에 진심일까,하고 말이다. ⠀

-당장에라도 휩쓸려버릴 것 같은 성인의 삶, 세차고 고독한 삶의 물결 앞에서 나를 두 발로 똑바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여행을 떠나 올 때마다 나는 일상으로부터 도피를 꿈꾼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여행을 하는 중에 나는 가장 열렬히 일상에 대해 생각한다.⠀

세상에 재미있는 책은 많지만, 재미만 담긴 책은 마지막장을 덮은 후 헛헛함이 밀려온다. 치열하게 살아낸 흔적을 만날 수 있었던 이 책은 좀 다르다. 밀도있는 문장들이 때때로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순간, 깨달음을 얻었던 생활밖의 야이기들이 촘촘하고 유쾌하게 담겨있어 페이지가 계속된다면 언제까지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당장에라도 휩쓸려버릴 것 같은 성인의 삶, 세차고 고독한 삶의 물결 앞에서 나를 두 발로 똑바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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