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우주 - 세기의 책벌레들이 펼치는 책과 책이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한 대화
움베르토 에코.장필리프 드 토낙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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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 내용 중에 등장하는 이 책의 제목만을 보고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해서 도서관에서 빌렸다.

움베르토 에코는 워낙 유명한 사람이지만 장클로드 카리에르는 시나리오 작가라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그 역시 애서가이자 고서 수집가라고 한다.

 

이 두사람의 책벌레가 책에 대해 또 문학과 역사와 철학과 예술에 대해 나눈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둘의 대화를 읽으면서 미리 원고가 준비된 것이 아닐텐데 대화로서 이런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들의 지적 깊이에 놀랐다. 사실 대화의 내용 자체는 잘 기억나지 않고 또 잘 모르겠기 때문에 내가 감상이라고 적을 것도 없다. 다만, 책의 말미에 두 사람이 죽은 후에 각자의 서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보잘것 없는 내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생각하면서 나중에 내 자식들이, 손자들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인지, 아니 죽을 때까지 책꽂이를 가지고 있을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니 괜스레 슬퍼지는 마음이 들었다.

 

에코의 말처럼 우리가 읽지 않은 그 모든 책들이 우리에게 약속하고 있는 그 무언가를 나도 천천히 알아가기를..

우리의 기억이 짧아졌을 때, 이 뒤에 바짝 붙은 과거는 현재를 압박하여 거대한 의문부호를 이루는 - 어쩌면 벌써 느낌표가 되어 있을 수도 있는 - 미래 쪽으로 거칠게 밀어내게 됩니다. 현재는 어디로 간 걸까요? 지금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그리고 무수한 공모자들이 우리에게서 훔쳐내려 애쓰고 있는 이 경이로운 순간은 어디로 갔습니까?
-p.65 카리에르 -

우리는 기억의 일부를 책들과 기계들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구들을 최대한 유익하게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의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기억력을 잘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지요.
-p.80 에코 -

각 문화는 무엇을 간직해야 하며, 무엇을 잊어버려야 할 지 우리에게 말해 줌으로써 여과 작용을 하지요. 이런 의미에서 문화는 우리에게 하나의 공동의 합의의 장 - 여기에는 오류들에 대한 것도 포함되지요 - 을 제공해 준다고 말할 수 있어요. (...) 그런데 인터넷은 (...) 더 이상 문화의 중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여과 작용을 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는 앞으로 60억개의 백과사전을 가지게 될 위험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그 어떤 합의도 불가능하게 되겠죠.
-p.88 에코 -

이렇게 여과의 개념에 대해 토론하다 보니, 우리가 여과하여 마시는 포도주들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군요. 그런데 요즘에 나온 어떤 포도주는 <여과되지 않은>점을 장점으로 내세운 답니다. 이 포도주는 불순물들을 모두 간직하고 있고, 바로 그것들이 - 여과하면 걸러져 버리는 - 아주 특별한 풍미를 가져다 주는 거지요. 어쩌면 우리는 학교에서 지나치게 여과되어 불순한 맛들을 상실해 버린 그런 밍밍한 문학을 맛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p.121 카리에르 -

마치 우리가 통과하는 사건들이 우리를 변화시키듯, 독서가 행해질 때마다 책은 변화되는 법이죠. 위대한 책은 항상 살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와 함께 자라나고 늙어가되 결코 죽지는 않습니다. 시간은 책을 비옥하게 만들고 변화시킵니다. 반면 흥미를 끌지 못하는 책들은 역사 옆으로 미끄러져 나가 사라져 버리죠.
-p.178 카리에르 -

걸작은 걸작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걸작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위대한 작품들은 독자인 우리를 통하여 서로간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덧붙여야 겠지요. (...) 그리고 걸작은 끊임없이 재발견되죠. 하나의 작품은 시간을 통과하면서 자신이 어둠에서 벗어날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아요.
-p.179 카리에르 -

인간의 어리석음을 연구하면서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멍청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멍청이로 취급할 때, 우리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어리석음은 바로 그들이 우리에게 내미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지요. 항구적이고 정확한, 그리고 충실한 거울입니다.
-p.244 카리에르 -

읽히는 것이 책이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 말이죠. 신문은 읽히지만 책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편지, 묘비, 시위 때 등장하는 플래카드, 꼬리표, 혹은 내 컴퓨터 화면도 책이 아니죠.
-p.330 카리에르 -

(책이 많이 있는 어떤 방으로 가서 그중 한 권도 손을 대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할 때 무어라고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를 받게되는) 것은 집에대 수많은 책을 쌓아 놓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예요. 공공 도서관이나 때로는 대형서점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이죠. 판매대 위에 보이는, 하지만 우리의 것은 아닌 책들의 향기를 맡는 것 만으로 정신이 살찌워지지 않았던 사람이 우리 가운데 몇이나 될까요? 책을 그저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거기서 어떤 지식을 길어 낼 수 있었던 경험 말입니다. 우리가 읽지 않은 그 모든 책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약속하고 있지요.
-p.344 에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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