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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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o Kill A Mockingbird'. 번역 후기에 의하면 Mockingbird는 앵무새(Parrot)와는 다른 종으로 미국 남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흉내내기지빠귀'라는 새라 한다. 지빠귀가 어찌하여 앵무새로 둔갑하였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으나 최초 번역자가 흉내내기지빠귀라는 이름이 너무 길고 생소해서 '흉내내기'에서 착안하여 앵무새로 바꾼 것 같다. 그런데 앵무새가 흉내내기를 잘하는 것이 맞는 지 모르겠다. 구관조랑은 뭐가 다른 건지.. 아무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빠귀 죽이기'가 아니라 '앵무새 죽이기'를 읽는 독자를 가진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어쩐지 앵무새 죽이기라고 하는 것이 훨씬 어감이나 뜻의 전달도 쉬워질 것 같다.




이 책 역시 지난 2월에 작가 하퍼 리의 사망소식과 함께 '파수꾼'의 원고가 발견되고 그 원고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변한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의 모습이 그려져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서 흥미가 생겨 사두었던 것을 이제야 꺼내 읽었다.




백인여성을 강간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을 변호하는 시골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의 이야기를 통해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단순히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한 것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당시 -지금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겠지만,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야만적 차별행위와 학대는 이미 많은 책과 영화 등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도 예전에 '블랙 라이크 미'(존 그리피 하워드)를 읽었을 때 충분히 공감하고 분노했으며 체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된 줄거리 역시 인종차별의 시대를 고발하고 인류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차별적 사고에 대해, 편견에 대해, 자기중심적 세계관과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입만 열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들먹이는 미국의 추악한 자기모순을 고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보편적 인류가 가져야 할 가치,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비단 과거, 그리고 미국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나 존재하고 벌어지고 있는 모든 차별적 시각과 편견이 모든 분쟁의 근원일 것이다. 종교, 민족, 인종, 지역, 가문, 학연, 이데올로기...




마지막 장면에서 스카웃이 래들리의 집을 늘 바라보기만 했던 시각을 래들리의 집 현관에서 반대로 바라보는 장면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역지사지, 중용, 똘레랑스 뭐 이런 말들이 다 같은 말 아닐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쉽게 바꿀 수 없는 것들. 내 안에도 무수히 존재하고 있을 그런 사고와 시각들을 비록 고칠 수 없을 지 몰라도 겉으로 드러내고 남을 향해 총을 쏘아대는 것은 하지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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