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그렌 전쟁 일기 1939-1945 - 린드그렌이 남긴 전쟁의 기록과 삶의 고백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이명아 옮김 / 시공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린드그렌의 전쟁 일기라니 

게다가 이명아님의 번역이라니

읽지 않을 수 없는 글들이었다. 


어린이책을 꾸준히 읽으며 어린이, 청소년을 만나고 있는 나에게

린드그렌의 책은 아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아이들의 생각을 꼭 함께 나누고 싶은 책 중의 하나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 <내 이름은 삐삐롱 스타킹> 부터 <산적의 딸 요나>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까지 단편이든 장편이든 아이들이 스스로 겪는 삶의 활기와 아픔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들

그런 작품을 써 낸 린드그렌이 1939년-1945까지 벌어진 전쟁을 듣고 보고 겪으며 써 내려간 일기에는 어떤 삶의 질곡이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분량이 꽤 되어 읽어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어디가 어디를 침공하고 어디가 항복하고 또 어디가 합세하고

전쟁의 건조한 소식들이 펼쳐지고 

인간의 본연의 마음에 대한 실망과 환멸도 느껴지고

냉소적이며 시니컬한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과 가족과 하루를 감사함과 소중함으로 물들이며 살아가려는 그의 마음이 보여서

나는 그 부분이 더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1945년 그 즈음이 지금 3, 4학년 친구들과 읽고 있는 <내 이름은 삐삐롱 스타킹>이 집필되던 시점이니 집필과 상받음, 그리고 인기있음을 기뻐하는 소소한 이야기도 발견할 수 있어 또 다른 재미가 있기도 했다. 


전쟁

무섭고 잔혹하고 비상식적인 현상이지만 

종내는 일어나는 현실이기도 하고

그 안에서 굳건히 일상을 살아가며 서로의 곁을 나누고 손을 내미는 것이 

결국 우리가 삶을 지탱해나가는 비결이라는 것을

하지만 묵묵히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직시하고 기록하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린드그렌은 이 전쟁 일기를 통해서 참 잘 보여주고 있다. 

검은색 표지와 린드그렌의 모습이 참 단정하고 

읽는 독자도 애도하게 만드는 장정이다.  



책 발췌: 


이렇게 축복이 넘치는 저녁이라니,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하다. 올해는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찾아온다. 거실에 앉아 창문을 활짝 열어 놓으니, 꼭 공원에 나가 앉아 있는 것 같다. 여름이 내는 소리가 활기차게 들려온다. 보도에는 구두가 또각도각 소리 내며 걸어가고,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든다. 쌩하고 지나가는 전차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전차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p. 276-277




4월 4일 

결혼 13주년을 맞이했지만 사랑스러운 신부는 침대에 누워 지루함을 견디고 있다. 그래도 오전은 그럭저럭 지낼 만했다. 침대 위에 차와 훈제 햄을 곁들인 빵이 차려지고, 주변도 깨끗이 정리된다. 하지만 밤이 오면 정말 괴롭다. 찜질을 하려고 발에 뜨거운 주머니를 올리면 못 견디게 가렵다. 스투레는 옆에서 자고 있지만 나는 잠들 수 없다.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를 읽으며, <삐삐 롱스타킹>도 께속 쓰고 있다. 핀란드에 평화가 오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라디오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어서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다. 


이번 일기장에는 독일의 만행에 관한 내용이 지나치게 많이 담길지도 모른다. 우리 집에서 주로 보는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가 어떤 신문보다 반독일적이고, 독일의 잔혹 행위를 비판할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그런 만행이 실제로 벌어지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그사이 사건들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폴란드에 관해 스크랩한 기사 끝머리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폴란드 사람들은 러시아보다 독일의 지배를 선호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발트 삼국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한다. 이 내용이 <다겐스 튀헤테르>에 실린 것은 실수인 것이 분명하다.p.437-438




나는 내게도 행복을 빌어 주고 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나와 우리 가족 모두! 그리고 전 세계 사람이 행복하기를. 하지만 너무 무리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비록 좋은 새해가 될 수는 없을지라도, 더 나은 새해가 될 수는 있을 거다. p.539 



* 새해를 맞이하며 옆지기와 야심차게 필사 노트를 하나씩 구입했다. 그 필사 노트에 첫 필사를 이 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삐뚤빼뚤, 흘려쓰기, 줄 맞추기 팔도 아프고 결과물이 단정하고 예쁘지 않아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리고 많이 하진 못했지만 시작!을 하게 해 주어 고마운 책. 

필사는 또 다른 기억, 쉽지 않다... 


* 린드그렌필사단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린드그렌전쟁일기

#아스트리드린드그렌

#시공사 #시공주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