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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백온유의 작품은 『유원』으로 처음 만났다. 장편소설로 되어 있지만 성장소설이기에 청소년소설로 구분되기도 하나 보다. 영어덜트 소설 장르가 생기기도 했으니 사실, 청소년소설(특히 고등학생)과 성인소설(그런 것이 있다면)을 읽는 연령의 구분은 모호할 때가 많다. 각설하고! 읽는 내내 좋은 느낌이었지만 후에 우지현 작가 전시도 찾아 갈 정도로 표지 그림이 인상 깊은 책이었다. 『유원』은. 이후 나온 『페퍼민트』도 구입해 책모임에서 같이 읽을 책으로 추천해 놓은 상태였는데 『경우 없는 세계』가 나온다는 소식에 서평 이벤트에 응모했다.
누가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물었다. 인문서예요? “그 사람 참 경우가 없네”라고 말할 때 쓰이는 ‘경우’로 생각했나 보다. 그렇듯 책 제목은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되었다. 경우는 또 누군가일 것이다. 그 사람이 없는 세계를 담고 있을 것이다. 송미경 작가의 청소년 소설 『나는 새를 봅니까?』라는 제목을 만났을 때처럼 미묘한 어긋남에서 오는 긴장감과 궁금증이 일었다.
책을 받고 읽다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을 <경우 없는 세계>와 함께 했다. 휴.... 여행가서 읽기에는 녹록치 않은 이야기다. 스스로도 가출을 하여 성인으로 자란 인수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가출 청소년 이호를 돌보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 이호를 돌보는 것은 마냥 이호만을 위한 이타적인 행동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뼈 속까지 스며들어 자신을 괴롭히는 한기가 사라지고 자꾸 주위를 맴돌며 수군거리는 죽은 영혼들을 만나지 않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제는 지나가 버린 과거의 이야기, 가출 청소년들 중에서 특별한 아이였던 경우가 나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수는 자신과 같은 처지를 돌아보는 어른으로 자랐지만 청소년 시절 끊임없이 엄마, 아빠의 도움을 간절히 바랐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의. 어린 시절이란 돌봄과 사랑이 필요한 시절이다. 그런 사람은 많을 필요도 없고 그저 딱 한 사람이어도 충분하다. 바로 경우처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많은 아이들 곁에 성숙한 어른이 아무도 없다는 것, 좋은 어른이 부재하다는 것이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어른도 부족한 존재일 수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조차 무색한 관계가 가슴 아팠다.
경우가 제목처럼 이야기 전반에 걸쳐 혹은 주인공 인수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조금 특별한 아이 정도로만 다가왔다. 뒤로 갈수록 더욱 그랬다. 그리고 결국 경우도 믿고 있는 그 사랑에 배신(?)당하고 생을 마감하게 되었으니, 허탈함은 배가되었다. 또 다른 인물 A의 죽음과 그 처리(?)과정은 좀 의외이기도 하고 자극적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에는 더더욱. 물론 아이들이 꼭 읽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현실은 더 자극적이고 엉망이라고 이야기들 한다.
하지만 책으로 엮어 나온 이야기는 대상 독자가 있다.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원하는 메시지가 그 안에 녹아 있다. 이는 작가가 누군가에게 혹은 세상에 건네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작가는 누구에게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은 걸까. 처참한 현실을 그리고 그 고통을 딛고 성장하여 괜찮은 어른으로 자라는 이야기로 힘을 얻으라 하기에는 어른이 된 현실도, 거기에 나오는 어른들도 그렇게 빛나보이진 않는다.(그 빛은 물질적 풍요, 성공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래도 서로 곁을 조금씩 내어 주며 일상을 단단하고 담담하게 유지하는 이야기이기를 더 바라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물론 그건 독자인 나의 마음이다.
백온유 작가가 이야기로, 책으로, 세상의 문을 두드리며 세상에 넌지시 건네는 이야기가 어떤 건지 그래서 앞으로 나에게 어떤 감동의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계속 기다려지고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