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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평점 :

나에게 어슐러 K. 르귄은 다가가고 싶지만 아직은 다가가지지 않는 작가이다. 어린이문학을 접하며 진가를 알게 된 판타지문학! 그 계보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기에 오래전에 <어스시의 마법사> 전 권을 사 놓았지만 아직 펼치지 못했다. 아니, ‘못했다’가 아니라 ‘않았다’가 맞다. 아직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계속 구입한 소설과 인터뷰집도 마찬가지다.
현대문학에서 나온 『마음에 이는 물결』의 부제가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다. 강사모임에서 올해 판타지문학을 함께 읽어보기로 해서 더욱 흥미가 가는 주제였다. 자의로 아직 들어가지 못한다면 타의(서평 이벤트 참석하여)로라도 한 번 르 귄의 세계를 열어 젖혀보자 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모아 놓은 잡문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 부분은 난해했고 어느 부분은 아무 말 대잔치인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읽을수록 르 귄이 견지하고 있는 문학 세계가 (예상했던 대로) 쉽게 들어갈 수 없는, 한 눈에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조금은 신비롭고 심오한 지점에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특성들이 어린이 문학과 맞닿은 지점이 많아 굉장히 놀랍기도 했다.
1차 구술 문화 같은 경우 말로 하고 귀로 듣는 것은 활동적이고 이것이 살아 있는 문학이라고 말하는 지점이 특히 그랬다. 글자를 알기 전, 문자가 탄생하기 전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온 우리의 옛날이야기, 말놀이가 바로 그렇다. 이는 귀로 듣는 문학적 경험으로 자장가를 제일이라고 여기는(개인적으로) 말놀이 또한 리듬이 있고 반복이 있다. 녹음된 CD로 자장가를 들려주는 것이 아닌 엄마 혹은 양육자의 음성과 손길, 호흡으로 읊조리는 자장가(노래가 아닌)는 하나의 자그마한 상호교감의 공간을 형성하며 따뜻함과 편안함을 부여한다. 좋은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힘이 바로 같이 경험함, 상호작용, 상호교감인데 이것은 일방적인 2차 구술 문화(미디어, 영화 등)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지점이 그랬다.
그리고 이야기를 끊임없이 함께 만들어 가는 독자의 긍정적인 역할을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은 여러 번 볼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수록 작품이 지닌 힘이 점점 더 커진다. 결국 사실주의적이고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닌 상상력으로 번뜩이는 그래서 ‘친숙한 불행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보고 싶다. 비전이 무시무시하게 이글거리는 모습으로 나를 향해 뛰어나오면 좋겠다. 나는 진짜 용을 원한다.’라고 하는 르 귄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 책에서 얻은 단초를 가지고 그래, 이젠 정말 르 귄의 환상문학으로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가 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옆에 두고 있다 르 귄의 작품을 직접 만날 때마다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말놀이 동무들과 함께 나눠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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