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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녀석
한차현 지음 / 열림원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 그 녀석
어쩌면 게으른 자의 부끄러운 고백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한차현이란 이름의 작가를 잘 알지 못한다. 사랑, 그 녀석이란 제목 역시 어찌 보면 그다지 신선한 제목이라 할 수도 없다. 말하자면 서점에 놓인 수많은 책 들중에 일반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낼 요소가 많다고 할 수는 없는 소설인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도 나는 그 녀석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읽게 된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빌어 이곳저곳 온오프라인의 책방을 진지하게든 심심풀이든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작가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며 등장한 주인공은 90년대초의 대학시절을 살아간다. 어디까지가 작가 그대로의 모습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적 재구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인공은 소설가를 꿈꾸는 젋은이로서 그렇다고 특출한 재능이나 개성을 지닌 영웅적 캐릭터라기보다는 정말 그 시대를 살았더라면 내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었을 평범한 존재에 가깝다.
주인공은 독자들에게 존칭을 써가며 회고하듯 술술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해 그려나간다. 그리고 그러한 매력에 조금씩 빠져 들어가다보면 지하철 출퇴근길의 심심풀이용 정도의 위상에서 벗어나 어느덧 저녁 퇴근 후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도 마다한 채 읽을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돌변하게 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러한 점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 작품이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소설 중에 가장 감명깊고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해 보고 잠깐 흐뭇해보기도 하고 잠깐 므흣한 상상에 빠져들기도 하는 소소한 재미가 분명히 이 소설안에 자리해 있다. 개인적으로 90년대 후반에 대학교를 다녔지만 내가 겪은 대학생활이 주인공이 그리는 대학생활의 일부와 마치 중첩되어 있는 듯한 친근함이 그 한 이유가 된다면 그렇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작가가 그린 시절의 대학생활을 직접 겪어본 세대라면 이 소설이 더욱 큰 재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90년대 초의 시대상을 피상적으로 제시하는 듯한 방식에는 약간 불만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고 담담하게 젊은이들의 아니 사실 모든 인간의 최대 관심사인 사랑에 대해 그리고 있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쯤 읽어보고, 잊고 지냈던 자신의 대학시절을 다시한번 되뇌어 보는 일도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변변한 연애한번 못해보고 왜 그리 못나게 살아왔는지 알수 없던 그 대학시절일지라도 나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