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보니 아름답구나 - 평균 나이 76세, 지금이 가장 찬란하다, 김선희 인터뷰집
김선희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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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중년보다 청춘에 가까운 나이라 생각 했다.

마음에 열정도 가득하고, 할일도 많다. 회사에서는 해치워도 끝이 없는 업무가 쌓여있고,

퇴근해서 집에 와도 육아, 살림...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바쁜 나에게 노년이라는 삶은 그저 먼 얘기 였다

그러던 와중에 가까이 믿고 의지하던 친정아버지의 위암 소식은 부모님을 비롯하여 우리 가족 모두에게

다들 각자의 숨가쁜 바쁜 삶에 잠시동안의 마침표를 찍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고.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생업에서 은퇴 하고 제2의 전원 생활에 준비 하는 부모님을 지켜보며

한번도 생각한적 없던 나의 노년생활을 그려보게 되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평균나이 76세... 지금이 가장 찬란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내가 마지막으로 할 일은 아내를 추모하는 일

 

학도병으로 전쟁에 나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서울에 올라와 70~80년대 불붙던 산업화의 중심에서 경제 성장을 담당했던 안선호씨는 62년동안 삶을 같이한 아내를 잃은 상실의 아픔에서 힘들어 한다.

한평생을 믿고 의지해온 반려자를 잃은 슬픔,,, 난 한번도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다.

늘 다정한 신랑. 내가 매일 보물이라고 부르고 베프라고 읽는 우리 신랑이 먼저 저세상을 떠난다면 나는 무슨 힘으로 버틸수 있을까.

함께 일군 살림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눈 추억들, 다투며 투닥거리던 부부싸움까지 모두 좋은 추억인데

신랑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백년 해로 하고싶다, 내 일생 처음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자식 다섯을 잃은 충격으로 항상 찡그리고 차갑게 대해 주던 친정 어머니, 맵고 독했던 시집 살이,

수저 3벌, 양은 그릇 3벌, 쌀 두말로 시작한 남의 집 겹방살이, 암수술과 교통사고..

그 시절은 참 다들 가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사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다 잘 살아 왔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 아픈 한을 품고 그렇게들 살아왔는지.

서정옥씨도, 우리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의 친구분들도...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다도 교육을 받고 봉사활동을 하며 손주를 키우고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는 주인공의 환한 사진에 가슴이 따듯해 진다.

' 배우면 배울수록 세상은 더 넓어진다.

늙음이 끝이 아니라, 늙음도 시작이라는 이치를

헤엄을 치며 깨달아가고 있다. 이 세상에 오길 참 잘했다.

나로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그날이 올 것을 믿고 살면 된다.'

 

7명의 노년의 삶을 지켜보면서, 하나같이 모두 치열했던 그들의 젊음의 삶의 자세 배우고 싶다.

포기 하지 않았고, 짜증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자식에 대한 사랑은 모두 한결 같았고, 배움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열정적인 삶이 있었기에 취미로 글을 쓰고, 봉사활동을 하고, 텃밭을 가꾸는 지금의 노년생활이 더 빛나 보일 수 있을 않을까.

지금의 나는 과연 이들처럼 찬란한 중년을 보내고 있는 걸까,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이들만큼 좋은 부모인걸까.

생각이 많아 진다.

평균 나의 75세... 그들의 노년을 끝까지 응원하고 싶고, 끝까지 행복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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