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오래된 집 - 근대건축에 깃든 우리 이야기
최예선 지음 / 샘터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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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깃든 이 아름다운 책은, 월간 <샘터>에 '길모퉁이 근대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어 온 최예선 작가의 글을 기반으로 만든 책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많은 사람이 애써서 가꾸어온 집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집들 등 오래된 집들의 안부를 묻고 싶었고, 살았던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깃든 책.


건축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것인지, 아름다운 낡음에 눈 맞춘 시선은 파아란 하늘과 닮은 색의 글자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책은 크게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간을 품은 서울 옛집 구경/당신이 행복하면 좋겠어요/치유하는 건축, 사려 깊은 유산/떠도는 집에 마음이 머물다로 이루어져 있다. 총 31곳의 장소를 다루고 있다.


깊고 아름다운 단어들이 깃든 <샘터>에 연재되었던 글의 작가님답게, 때로는 시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이 나온다. 딱딱하고 어려운 건축이 아닌, 다정한 이야기와 깃든 시간을 정답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편집디자인과 어우러진다. 공간을 탐험하듯 함께 실린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 장소/건축을 살펴본 뒤 마지막에는 QR코드와 건축(공간) 이름, 장소가 쓰여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장소의 정보가 네이버 지도와 연동되어 뜬다. 어떤 곳인지 좀 더 탐구해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다.


정갈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물씬 품기는 <길모퉁이 오래된 집>. 그 시간과 공간을 탐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믿고 보는 샘터. 샘터가 고른 작가. 샘터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글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잔잔하게 물들어 여행해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본 리뷰는 샘터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티 없는 삶이란 알고 보면 답습되는 전통을 해체하고, 틀과 격식을 파괴하며 스스로 만든 형식으로 그려온 예술가의 태도일 것이다. ‘막 그린‘ 그림이 삶을 소진할 정도의 진정성으로 완성되듯, ‘막 지은‘ 그 집도 화가의 삶을 응축하며 하나의 세계를 보여준다. - P133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빚어낸 변이된 형태에, 그 삶에 맞추어 쌓아온 암석 위의 풍경에 경이로움을 표하고 싶다. 단단한 바위에 연약한 뿌리를 내리며 살아온 이야기는 언제나 진실하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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