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신과의 만남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조규홍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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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신과의 만남>의 저자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는 1902년 스위스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의사이자 영성 작가, 신비가였던 그녀는 1940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현대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그와 함께 1945년에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재속 수도회를 설립하였으며, 이냐시오 영성을 따르면서 그것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집필 활동도 활발히 했는데, 대부분 구술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병이 많아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지냈으며, 말년에는 거의 완전히 실명한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가 선종했습니다.

60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대부분의 작품을 발타사르와 공동으로 작업하였으며 모든 작품은 발타사르가 설립한 요하네스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40여 개의 다른 언어로 옮겨져 전 세계적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국내에 출간된 책으로는 <기도의 세계>가 있습니다. <기도의 세계>는 캐스리더스 69월 도서로 선정이 되어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기도의 세계>를 먼저 읽고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11월 도서로 선정이 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기도의 세계><사랑, 신과의 만남>을 같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옮긴이(조규홍 신부님)의 말에 따르면 슈파이어는 처음부터 하느님께서 무한정 품으신 "사랑"을 명심하도록 <창세기>의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를 밝히며 시작합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도 하느님의 무한성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상징 가운데 하나이듯 "창조된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일러 주는 수단으로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하고 말입니다. 물론 피조물로써 하느님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항상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니, 하느님께서 몸소 당신 자신을 보여 주신 그리스도의 강생은 우리 구원을 위해 꼭 필요한 "삼위일체 하느님의 귀한 선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렇게 우리의 ""이자 ""입니다.

신앙인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따라야 한다고 믿듯이 '기도'는 그분의 뜻에 온통 자신을 내맡기는 것입니다. 신앙인은 세상 사람들처럼 미리 계획할 수 없습니다. 슈파이어의 말에 따르면 이제 신약 시대에 신앙은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마태 24,36)고 말씀하신 성자를 오롯이 뒤따르겠다는 고백을 내포하기에 무계획적인 추종을 합의합니다. 그리고 저 "무계획은 기도에 의해" 채워집니다.

사람은 거듭되는 경험을 통해 사물들에 대해 점차 확장되어 가는 자신의 인식 능력과 지배하는 힘을 자각하는 동시에 그러한 사물들 이면에 감춰진 무한하신 하느님의 지혜를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피조물 자체는 창조주를 남김없이 품을 수 없거니와 직접 창조주의 최종적인 신비를 부여할 처지가 못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성자 곁에서 목격하는 신적인 속성을 통하여 새롭게 성부의 신적인 속성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성자께서 우리의 문이자 길이 되고자 하셨으니, 오직 그분을 통하여 성부께 개방된 시야가 환히 펼쳐질 것입니다.

신앙인은 모두 그리스도의 추종자로 살아야 합니다. 이때 그분에 대한 추종은 단지 그분 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분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계획을 세울 수 없는 미래는 기도에 의해 채워지며, 그것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방식이 됩니다. 믿지 않는 이들이 운명이나 우연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신앙인에게는 하느님의 섭리에 속하고, 처음부터 창조하시고 그 완성까지 내다보신 당신의 사랑은 단절도 변함도 없이 계속 이어지기에 우리의 유한성이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이는 누구든 계속해서 하느님을 상대로 대화하는 기회를, 그러니까 인간적인 유한성이 하느님의 무한성의 일부를 공유하며 영원성에서 유래하는 일련의 답변을 들을 기회를 얻습니다. 성자께서 사람이 되심으로써 자신을 믿는 이들을 추종자로, 곧 자신과 친밀한 유대를 맺으면서 살아가도록 초대하셨습니다. 성자께서는 지상에 머무는 동안 이미 성부의 영원한 생명 안에 단단히 뿌리를 둔 자신의 삶을 제자들과 나누셨습니다. 그러므로 성자께서는 중재자이십니다.

믿음을 간직한 사람은 장차 틀림없이 성부의 무한성을 얻어 누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설령 기도 중에 (입으로는) 언급하지 않을지라도 뉘우치며 기도한다면 영원한 생명의 기운 안으로 들어 올려질 것입니다. 기도할 때 하느님께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사람의 고백을 통해 어떤 작용을 일으키시기 때문입니다.

그의 전 생애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신앙인은 유한한 존재이면서도 오로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만 계획을 세웁니다. 어디를 가든 하느님을 뒤따르고 하느님께서 그에게 요구하시는 것을 주저 없이 행합니다. 그는 자신이 행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시작한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시작하신 것임을 이내 알아차립니다. 무계획은 기도에 의해 채워지며 무계획과 기도는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참여하는 거룩한 미사는 어떤 세상적인 그리스도의 몸이 아니라 한 분이신 하느님의 몸, 영원에서 나온 몸이요 영원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몸을 그들에게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성자께서 성찬례를 세우실 때 그리하셨던 것처럼, 집전 사제가 바치는 성체 변화의 기도가 교회의 포괄적인 지향과 단단히 결합해 있기에,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되게끔 할 수 있고,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분부하신 대로 하늘과 땅을 서로 잇는 다리를 놓을 수 있으며, 우리의 사라져 버릴 육체적인 삶 안에 영원하신 하느님의 은총을 중재할 수 있습니다. 성사에 거듭 참례할수록 사람은 주님을 이해하고 그분께 순종과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키워 나가게 됩니다.

성자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한 강도에게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 43)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은 사람이 하느님께로부터 얻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약속하신 것입니다. 성자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성부의 무한하신 사랑에 함께 들기를 바라며 그들을 해방시키시는 것입니다.

자신을 봉헌한 자는 온통 성부를 향한 성자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보다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저의 의지를 보다 더 완벽하게 바치는 희생이 필요하고 보다 더 아낌없이 주님의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더 성숙한 신앙과 한층 더 깊은 이해를 토대로 성령께서는 우리를 더 견고하게 붙들어 주실 수 있다고 합니다.

 

신앙인은 자신의 일상 중에 행하는 것, 곧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전적으로 이 지상에서 펼쳐지는 삶에 속한다고 보면서도 그것을 동시에 믿음 안에서 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신다는 사실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리스도의 실존을 만든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신앙인은 하느님을 그분의 신적인 본질 안에서 바라보게 되는데, 이 바라봄이 곧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기도하는 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완전하게 친교를 나누시며 서로에게 서로를 주고받으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 외에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을 하느님께 전적으로 맡겨 드려야 하며, 설령 하느님께서 인간적으로 기대하는 방식을 따라 응답하시고 또 어쩌면 원하던 도움 혹은 해결책을 강구해 주실지라도, 정작 그의 기도가 받아들여지기까지 기도의 보이지 않는 과정은 우리가 결코 그 전체를 개관할 수도 없으며, 아무에게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하느님께서 우리가 기대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응답하신다고 하더라도 신앙인들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귀 기울여 들으시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실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늘 기도하는 사람의 말이 하느님의 침묵 안에 받아들여졌음을 압니다.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생애가 이 책의 말미에 나와 있는데 그녀는 건강이 좋지 않아 모든 걸 포기하고 요양하면서 기도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낸 그녀는 그 시기에 기도의 세계와 고통의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그녀는 다시 의학을 공부하여 마침내 의사가 됩니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은 무료로 진료하고, 수많은 아이의 생명을 구했으며, 미혼모와 그 자녀들을 관심을 가지고 돌보았습니다. 슈파이어의 전 생애는 전적으로 하느님께 순명하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스며드는 삶이였습니다. 60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다른 책들도 기회가 된다면 읽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때로는 침묵하시는 것 같지만 그분이 침묵하시는 의미를 깊이 통찰하도록 우리를 이끄신다면, 우리의 신앙은 이미 성장한 것이고 이 같은 신앙 안에서 하느님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더 커질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기도한다면, 그는 하느님께서 표현하시는 말씀을 넘어서 침묵으로 건네시는 말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하느님의 들리지 않는 말씀을 통해서도 성장하고 그로써 그의 사랑이 강해지고, 그의 희망도 그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불타오르게 됩니다.

대림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주님 성탄 대축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례력으로는 새해가 시작이 되었고 2023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재고할 수가 있었고 저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신앙인답게 살도록 좀 더 노력하고 하느님의 자녀라는 걸 항상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캐스리더스 6기의 마지막 책 서평이 남았는데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그동안 좋은 책을 선정해서 보내주신 가톨릭출판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는 삼위일체, 강생, 십자가를 비롯해 여타 많은 것들에 대한 신학적 직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는 1940년대 이후부터 마지막까지 줄곧 제게 영감을 불어놓어 주었습니다. 제 모든 활동은 거대한 가톨릭적인 전망의 관점 안에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 가톨릭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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