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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2 - 콜드스틸 원정대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고타마 2 : 콜드스틸 원정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 장르가 판타지인데, 그런 면에서 ‘고타마’는 완벽한 책이었다. 여러 판타지 영화에서 접했던 이미지들이 연상되어서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1권은 고타마란 존재와 어색한 단계라면, 2권은 고타마와 진정한 친구가 되어서 더욱 화려한 판타지 세계를 보여준다. 판타지 마니아들에게는 정말 꼭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지만, 판타지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이겨나가는 왕자 듀란의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왕자 듀란은 앞서 고타마의 힘을 빌려 크롬웰의 골렘 군대를 물리쳤다. 하지만 고타마의 힘을 빌려 오는 조건 세 가지.

1.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힘만 원할 수 있다.

2. 스스로가 확실히 깨닫고 아는 힘만 원할 수 있다.

3. 이전에 사용했던 힘보다 더욱 강한 힘만 원할 수 있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힘을 빌려올 수 없기에 이전보다 더 강한 힘을 생각해 내야 하는현실이 힘들기만 하다. 듀란은 고타마의 존재에 궁금증을 품지만, 고타마는 ‘스스로 이겨 나가는 자’일뿐이다 라고만 대답한다. 그 후 듀란은 크롬웰을 상대하기 위해 붉은 갑옷에 수가 그려진 안대를 하고 있는 성미가 조금은 급한 여전사 까미유, 듀란만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모르 성녀 자끌린, 믿음직한 호위대장 스탕달, 듀란을 지키기에 목숨을 건 줄리앙, 백 살도 더 먹은 마법사 플로베르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가는 길에 거인인 테트리아곤도 만나서 도움을 얻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격게 된다. 마침내 크롬웰의 콜드스틸 왕궁에 다가가게 되는데 기사단과 거대한 드래곤 크락수스의 습격을 받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크롬웰의 방에 도착하게 된다. 크롬웰과 힘든 싸움을 거치고 정신을 잃게 된 듀란. 일어나자 듀란은 이미 성인이 되어있고, 자신이 겪었던 일과 모두 다른 현실에 혼란을 겪는다. 테트리아곤은 거인이 아니라 반 야만인 부족의 이름이고, 마법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크락수스는 드래곤은 커녕 요새의 이름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과는 다른 것이 현실이었던 것이다. 듀란은 어떤것이 진실인지 이래저래 혼란스러워하며 지하실에 가본다. 지하실은 바로 고타마를 만났던 곳. 고타마를 만났을 당시 그곳에 있던 비석과 상자 대신 낡은 티테이블이 놓여있었고, 그 위에는 먼지로 뒤덮인 무슨 카드 같은 것이 한 장 보였다. 그것을 집어서 무심코 펴보니 엘란어로 다음과 같이 씌어있었다.

Greetings, Duran! 안녕, 듀란!

Oh, our dearest son and brother! 아, 우리의 사랑하는 아들이자 형제여.

Try to believe in yourself. - Father 네 자신을 믿어라. - 아빠가

All things depend on our mind. - Mother 모든 건 네 마음먹기에 달렸단다. - 엄마가

Make yourself better than yesterday! - Brother 어제보다 나아지도록 노력해! - 형이

All yours sincerely. 진심을 담아서.

정말 순간 숨이 탁 막혔던 순간이었다. 이 G-O-T-A-M-A를 읽었을 때는. 진짜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 나도 듀란처럼 어떤 것이 진실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솔직히는 내가 읽은 내용이 진실이었으면 한다. 고타마와 일체가 되고, 사랑과 우정의 힘을 깨닫고 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듀란은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나도 그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 나를 찾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사실 그 여정을 통해 성숙해지고 용기, 우정, 사랑 그 이상의 것을 얻은 듀란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정말 마음이 짠해지면서도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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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7
앤 파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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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혹시 어떤 사람을 미워해본 적이 있는가? 너무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또한 미워해본 사람이 많으니까 말이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십대의 여자아이들의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그 친구를 매우 미워하게 되었다. 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주위의 다른 아이들까지도 그 친구를 미워했다. 물론 미움에는 이유가 따르지만 말이다. 그런 기류를 눈치 챈 담임선생님이 입버릇처럼 자꾸 그러면 3학년 때도 같은 반 짝꿍으로 붙여놓겠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3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정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3학년의 각반 담임선생님들이 제비뽑기로 뽑았다는 반 학생들, 그 중에 내가 그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던 것이다. 2학년 담임선생님은 전근을 가셨고, 솔직히 짜증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3학년 2학기의 후반으로 접어든 지금, 시간의 힘일까? 2학년 때 정말 미워했던 감정들이 사라진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난 그 친구가 탐탁지 않고, 2학년 때 내가 싫어했던 행동들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그 친구와 같은 반 친구로서는 잘 지내는 편이다. 모르는 문제도 물어보고, 서로 연락도 몇 번 하고, 내 기준에서 판단을 해버려서인지 작년의 일이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고 있는 나에게 ‘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란 책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이 책은 키티 킬린이 헬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곧 새아빠가 될지도 모르는, 아니 이미 거의 된 왕눈이 아저씨 이야기를 말이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키티가 왕눈이 아저씨를 싫어하는 게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내가 키티였다면, 집을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엄마에게라도 당당하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저 깔끔떨고 깐깐한데다가 고지식한 왕눈이 아저씨가 싫다고 말이다. 게다가 키티와 유치한 눈치 전쟁을펼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20살 이상 차이나는 어른이 아이를 상대로 저렇게 유치하게 구는지, 정말 어린애도 아니고. 로지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혀. 솔직히 지금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키티가 다 컸다고 해도, 아직 아빠란 존재가 필요한 청소년인데, 그리고 남편이란 존재가 필요했던 로지인데, 그런 둘에게 왕눈이 아저씨는 맞춤같이 제작된 존재였을 것 같다. 또한 계속 읽다보니 왕눈이 아저씨도 좋게 봐줄 구석이 몇 군데는 있는 것같았다. 청소년기에 부모님의 이혼과 엄마의 ‘남자친구들’을 겪으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런 과정에서도 해결점을 잘 찾고 모든 생활을 잘 해나가는 키티와 주디스가 너무 좋아보였고, 대견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먼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스스로를 믿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 내 기준에 맞춰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사실, 이 두 가지를 말이다. 이 두 가지를 내 삶에 잘 적용해서 조금 더 발전한 나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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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언덕
한나 얀젠 지음, 박종대 옮김 / 비룡소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먼저 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책을 읽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입니까? 라고 묻고싶다. 사람마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는, 공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 작가와 그 책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읽은 독자의 공감대 형성 말이다.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면, 누가 그 책에 흥미를 느끼고 감동을 느끼겠는가? 하지만, 이 책은 사실 아프리카 르완다의 후투족과 투치족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책이기 때문에,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했을까? 하고 궁금해할 수 있다. 공감대 형성은 그리 어려운것이 아니다, 매우 쉬운것이다. 마치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두 남녀가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어 사소한 것 까지도 자신과 연결시킬 때 더 가까워진것 같고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처럼, 사소한 것이라도 나와 연결시켜보면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숙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앞부분에 보면, 주인공 데데가 동생 테야와 경쟁하는 부분이 나온다. 나는 그 부분에서 격한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딱 2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아는 언니와 동생의 경쟁사회는 정말 유치하고 조그마한것까지 자존심을 지키려 하며 언니와 동생이 아니면 상상도 못할만큼 살벌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데데와 테야처럼 나도 항상 동생에게 언니니깐 나만 혼나고, 내가 먼저 양보하고, 내가 희생했는데 정말 이세상에 모든 언니들은 다 똑같은가보다. 아무튼 이 책은 이 사소한 공감하나로 작가와 '오래전 부터 알던 사이'가 된 기분으로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의 앞부분은 거의 데데의 가족 이야기로 전개된다. 정말 화목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말이다. 하지만 어느날 데데, 즉 잔이 말라리야로 고생해 겨우 나은 날, 르완다의 대통령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해서 대통령과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르완다 정치인들까지 모두 죽게된다. 그 일로 전쟁의 기미가 보이는 듯 싶더니 얼마 되지 않아 후투족이 갑자기 광적인 집단들에 내몰려 이웃에 살던 튀족을 살해했다. 정말 민족 대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투치족인 잔의 가족들이 살고있는 곳까지도 피란민들이 몰려오고, 결국은 잔의 가족들과 이웃들 모두 젊은 청년들과 민병대에게 모두 죽고만다. 간신히 수류탄이 터지기 전에 빠져나온 잔은 아빠와 오빠, 그리고 샹탈 자매를 만나 도망치지만, 그 과정에서 아빠와 오빠가 죽고만다. 그 모든 사람들 중에 살아남은 세명, 샹탈 자매와 잔은 이웃 여자였던 후투족 마리아를 만나서 마리아의 집에 가게 된다. 비록 투치족인 걸 아는 몇 사람때문에 가는 길 내내 고초를 겪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힘을 내 자자마을에 도착한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반군, 즉 투치족들이 몰려오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마리아의 오빠가 투치족인 잔과 샹탈 자매를 죽이려 한다는 걸 알고 도망치게된다. 다행이 반군인 여군 콩솔레를 만나게고, 반군의 보호아래 무사히 지내던 중 마침내 전쟁이 반군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게 된 잔은 우연히 알고 지냈던 임마쿨레를 만나고 용기를 얻어 독일에 살던 자신의 이모를 찾아 비행기로 떠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잔의 용기와 똑똑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린아이가 정말  가족의 죽음을 다 지켜보았으면서도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가히 높히 살만했다. 수많은 위기속에서도 상황을 잘 판단한 잔은 정말 위대한 소녀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잔이었다면, 사랑하던 가족이 끔찍하게 죽은걸 보았다면, 살고싶다는 의욕조차 없어졌을것이다. 요즘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성폭행이나 살인 등 범죄 기사가 뜨고, 하루라도 발뻗고 편히 잘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종말이라는 단어가 어울릴만큼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아무리 험악하고 위험한 세상에서도 아직 희망과 사랑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이라 믿는다. 잔이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사랑을 가진 사람들을 믿고 포기하지 않았을 때 그 끔찍하고 잔인한 민족 대학살 중에서도 잔에게 생존이라는 단어가 얻어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믿을 사람하나 없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 어두운 세상에, 마치 빛 한줄기 안보이는 끝이 없는 길을 달려가고있는 지금 이시점에, 우리 모두 희망과 사랑, 두 단어를 믿고 끝까지 달려가보자. 그러면 빛이 환하게 비치는 출구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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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배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5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어딘가 몽환적인 '달의 배'. 그에 걸맞은 몽환적이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는 날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쿠라는 ‘그 날’이후로 단짝친구였던 리리와 멀어지게 된다. 리리에게 관심을 넘어선 거의 집착을 하고 있는 나오즈미는 ‘그 날’에 대해 알기 위해 사쿠라를 미행한다. 나오미즈가 미행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사쿠라는 다쓰미 마트에서 일하는 사토라의 집에 놀러가고, 나오미즈는 사토라에 대해 조사하고, 미행·잠복까지 한다. 나오즈미가 ‘그 날’에 대해 우연찮게 발견한 사실은 이렇다 : 얼마 전쯤 다쓰미 마트에서 두 여학생이 도둑질을 하다 들켰는데, 한명은 잡혔고 한명은 도망쳤다. 그런데 그 잡힌 한 명을 사토라가 점장 몰래 풀어주었다는 것이다. 잡힌 한명은 사쿠라이고, 도망친 한명은 리리이다. 하지만 나오즈미는 사건의 내막은 잘 몰랐기 때문에 이를 캐내려 사토라의 집에 들락날락거리고 친해지려고 한다. 성격이 착한 사토라는 나오즈미와 사쿠라 모두 친구처럼 잘 대해준다. 사토라에게는 한 가지 취미라면 취미고, 일이라면 일인 것이 있는데 바로 우주선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가끔 우주선 설계하는데 푹 빠져서 우주선으로 인류를 구할 것이라느니, 등등 이상한 말을 하기도 했지만 사토라와 더욱 가까워지게 된 나오즈미와 사쿠라. 사토라와 친구가 된 것도 좋지만, 슬픈 것이 하나있다면 리리가 더욱 나쁜 길로 빠졌다는 것이다. 리리를 미행하는 나오즈미 말에 따르면, 리리는 약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쿠라는 이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지만, 리리는 그 나쁜 패거리들과 어울릴 뿐, 사쿠라를 철저히 무시했다. 사쿠라는 사토라와 나오미즈에게 ‘그 날’에 대해 설명하기로 마음먹는다. 사쿠라와 리리는 시즈카라는 친구와 친해졌지만 시즈카가 좋아하는 남자와 그의 패거리들이 시즈카와 그녀의 친구들 여러 명에게 훔친 물건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리리와 사쿠라는 친구들을 배신할 수 없어서 일에 동참했다. 하지만 일의 심각성을 느낀 두 사람은 도둑질을 그만하기로 결심했다. 그 패거리들에게 이 결심을 말하고, 그들은 마지막 조건을 제시하는데 바로 필름 500통을 훔치는 것이었다. 이곳저곳 의심사지 않게 필름을 250통 넘게 훔치던 둘은 다쓰미 마트에도 가게 된다. 하지만 사쿠라가 잡히고, 사쿠라는 원칙을 깼다. 원칙이라 함은 한 명이 잡혔을 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쿠라는 막상 잡히자, 리리를 붙잡았지만 리리는 그길로 도망친다. 그 이후로 사쿠라와 리리는 멀어지게 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동네연속방화범이 판을 쳤을 즈음에, 사토라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멋있게 그려내던 우주선도, 한참 그리다보면 괴물로 변했고, 열흘 만에 본 나오즈미에겐 어제 보지 않았냐, 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토라는 ‘마음의 병’을 얻은 듯 했다. 이를 어떻게든 치료하고자 나오즈미와 사쿠라는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게 된다. 사토라의 오랜 친구이자, 빈에서 거주하고 있는 쓰유키라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사토라의 삼촌이자 다쓰미 마트의 점장이었던 일명 뱀 점장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거짓 고문서를 만들기도 한다. 그 고문서의 내용은 이렇다 :

1998년 마지막 보름달이 뜨는 밤.

미즈키 초등학교 옥상에

진정한 벗 네 명이 모인다.

그때, 달의 배가 내려와 인류를 구원한다.

그러면 인류는 우주선을 만들지 않아도 되리라.

하지만 사토라는 이를 무시하는 눈치였고, 그들도 어색한 거짓말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 리리와 패거리들이 매춘 알선이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리리는 등교 거부를 하고,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았으며, 만나주지도 않았다. 사쿠라와 나오즈미는 사토라와 리리의 일로 매우 지쳐있었는데, 더욱 큰 일이 터지고 말았다. 쓰유키에게서 답장이 온 그날, 사토라가 없어진 것이다. 이리저리 사토라를 찾다가 나오미즈와 사쿠라는 그 날이 바로 마지막 보름달이 뜨는 밤인 걸 알게됬고, 사토라가 그 거짓 고문서에 의해 미즈키 초등학교로 갔다고 추측하고 미즈키 초등학교로 가게 된다. 하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진정한 벗이 네 명이 아니라 세 명이었다는 것이다. 그 길로 나오즈미와 사쿠라는 리리에게 전화해 만나고 싶다고 하였고, 과연 진심을 담은 그 말에 리리는 미즈키 초등학교로 와주었다. 하지만 리리가 왔을 때는 동네연속방화범이 초등학교에 불을 질러놓았을 때였고, 위험에 처해있던 사쿠라를 리리가 도와주게 되면서 둘은 우정을 재확인한다. 나오즈미와 사쿠라, 그리고 리리가 급히 옥상으로 올라가자 문이 닫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절망하지만 뱀 점장이 선물해주었던 은 머리핀을 이용해 유리창을 뚫는다. 간신히 유리창을 뚫고 들어가자 사토라가 옥상에 있었고, 나오즈미와 사쿠라는 사토라를 차분히 설득시키고, 그동안 죽고 싶었던 고민에 빠져있던 사토라는 죽지 않기로 결심하고 나오즈미를 끌어안는다. 그 바람에 나오즈미가 들고 있던 금속장식이 빠진 타원형 물체, 즉 은 머리핀이 나오즈미의 발치로 떨어지고 사토라는 그걸 보고 웃으며 말한다. “달의 배야.”라고.

솔직히 이 책을 다 끝냈을 때 나는 진심으로 가슴이 벅차올랐고 두근거렸다. 사토루가 그 은 머리핀을 보고 ‘달의 배’라고 칭했을 때의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사쿠라와 사토라, 나오미즈와 리리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내가 슬픈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책으로부터 감동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정말 감명 깊게 읽었다는 말뜻을 알 것도 같다.

요즘 나도 많은 고민을 하고있다. 내가 진짜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그 고민때문인지, 아니면 의지가 약한 내 성격과 비슷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리리의 정서에 공감이 갔다. 만약 내가 많은 어른들처럼 삶의 목표를 잃고 내 자리를 찾지 못하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에 나는 학생으로 영원히 남고 싶은 마음도 있고, 빨리 모든 것이 지나가서 행복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행복은 무엇일까? 내가 이때까지 생각했던 것처럼 돈을 잘 벌고, 좋은 집에서 가족들과 사는 것도 행복이지만 지금으로서 내게 행복은 학창시절에 소중한 친구를 만들고, 그 친구와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맨 마지막에 사토라가 초등학교 시절, 쓰유키에게 쓴 편지가 있었는데, 나는 그걸 읽고 “그러면 나는? 나는 고귀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하지만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내가 미쳤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고귀한 사람들에 속해있기엔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리리의 경우, 도둑질을 했다고 해서, 약을 했다고 해서,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리리를 고귀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될 일이다. 그러므로 내 스스로도 그 “고귀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내 단점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사토라를 만나게 되면, 꼭 물어보고 싶다. 내가 고귀한 사람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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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오랑과 세오녀 비룡소 전래동화 22
김향이 지음, 박철민 그림 / 비룡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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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 책이 동화책인줄 모르고 동생에게 선물해 주고 싶어서 비룡소 책 시사회에 신청했었는데, 비록 소설책은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좋은 동화책을 읽게 되었다.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는 어렸을 때 읽어봐서 알고 있었는데, 커서 다시 읽어보니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는데, 정말 동양화가 전시된 미술관에 온 것 같았다. 신비한 그림체와 이야기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야기도 흥미진진한데다가 그림체까지, 정말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책 맨 뒷장에 있는 ‘알고 보면 더욱 재미난 옛이야기’를 읽어보니 이 책의 그림들을 그리신 화가분이 풍경이나 자연물들을 캐러멜을 이용하셨다고 하는데, 놀랍고 신기했다. 어떻게 먹는 캐러멜을 그림에 이용하실 생각을 했을까? 또한, 해마다 포항에서는 ‘연오랑과 세오녀 추모제’를 열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는데, 꼭 가보고 싶었다.

역시 청소년이 되어보니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을걸! 하고 후회도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일, 앞으로라도 많이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세상에 해와 달이었던 연오랑과 세오녀, 나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 해와 달이 되고 싶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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