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7
앤 파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혹시 어떤 사람을 미워해본 적이 있는가? 너무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또한 미워해본 사람이 많으니까 말이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십대의 여자아이들의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그 친구를 매우 미워하게 되었다. 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주위의 다른 아이들까지도 그 친구를 미워했다. 물론 미움에는 이유가 따르지만 말이다. 그런 기류를 눈치 챈 담임선생님이 입버릇처럼 자꾸 그러면 3학년 때도 같은 반 짝꿍으로 붙여놓겠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3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정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3학년의 각반 담임선생님들이 제비뽑기로 뽑았다는 반 학생들, 그 중에 내가 그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던 것이다. 2학년 담임선생님은 전근을 가셨고, 솔직히 짜증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3학년 2학기의 후반으로 접어든 지금, 시간의 힘일까? 2학년 때 정말 미워했던 감정들이 사라진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난 그 친구가 탐탁지 않고, 2학년 때 내가 싫어했던 행동들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그 친구와 같은 반 친구로서는 잘 지내는 편이다. 모르는 문제도 물어보고, 서로 연락도 몇 번 하고, 내 기준에서 판단을 해버려서인지 작년의 일이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고 있는 나에게 ‘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란 책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이 책은 키티 킬린이 헬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곧 새아빠가 될지도 모르는, 아니 이미 거의 된 왕눈이 아저씨 이야기를 말이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키티가 왕눈이 아저씨를 싫어하는 게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내가 키티였다면, 집을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엄마에게라도 당당하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저 깔끔떨고 깐깐한데다가 고지식한 왕눈이 아저씨가 싫다고 말이다. 게다가 키티와 유치한 눈치 전쟁을펼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20살 이상 차이나는 어른이 아이를 상대로 저렇게 유치하게 구는지, 정말 어린애도 아니고. 로지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혀. 솔직히 지금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키티가 다 컸다고 해도, 아직 아빠란 존재가 필요한 청소년인데, 그리고 남편이란 존재가 필요했던 로지인데, 그런 둘에게 왕눈이 아저씨는 맞춤같이 제작된 존재였을 것 같다. 또한 계속 읽다보니 왕눈이 아저씨도 좋게 봐줄 구석이 몇 군데는 있는 것같았다. 청소년기에 부모님의 이혼과 엄마의 ‘남자친구들’을 겪으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런 과정에서도 해결점을 잘 찾고 모든 생활을 잘 해나가는 키티와 주디스가 너무 좋아보였고, 대견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먼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스스로를 믿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 내 기준에 맞춰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사실, 이 두 가지를 말이다. 이 두 가지를 내 삶에 잘 적용해서 조금 더 발전한 나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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