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특별판)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분야: 장편 소설, 영미 문학

 

특별 리커버판이 정말 잘 나왔다. 표지, 띠지, 폰트까지 모두 완벽. 이전 커버도 나쁘지 않은데 이번 판본이 레전드다... 소장각 ㅊㅊ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이후인 1960대까지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영미 문학인 이유는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미국 오리건주로 이주했다고 한다.

영미권에서 먼저 출간되어 한국에 번역본으로 출간된 책임에도 문장의 표현력이 지극히 한국적인 느낌이라 인상 깊었다.

 

특히 작가가 한 번에 써내려가 거의 수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한 <프롤로그>이 정말 아름다워서 작가의 자신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근거 있는 자신감)

세상에... '갈기갈기 찢긴 비단처럼 너울거렸다.'라니!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제목의 '작가의 말'을 읽는 내내 한국인이라는 아이덴티티에 작가가 지닌 자긍심이 흘러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자긍심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인과 바다>의 핵심 메시지처럼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 소설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므로 여러 등장인물이 한 번에 등장함에도 그들의 내면을 독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흐름을 따라가기 용이하다.

 

긍지를 가진 채 살아가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기는 하지만 시대적 배경이 혼란한 시기였던 만큼 다양한 면모의 인물들 역시 등장해 이야기의 복잡도와 깊이감을 더해준다. 그렇다고 그런 인물들까지 사랑할 수는 없지만... 입체적인 인물들을 구상해낸 작가의 글 솜씨에 감탄이 나온다.

어떻게 모든 캐릭터를 사랑하겠어, 작가를 사랑하는 거지 ^ㅁ^..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대부분의 인물들의 내면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중심이 되는 등장인물은 두 명이다. 바로 '옥희'와 '정호'.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의 분량이 전체의 1/3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1부만 읽어도 대충 인물들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모든 사람이 긍정할 만한, 목표로 할만한 삶이지만 삶이란 긍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난관으로 가득 찬 것이다.

이 책은 영웅과 악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마음속 불꽃을 꺼뜨리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내내 이야기 속 인물들에-물론 현실보다는 낭만적이지만-더 공감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한국어판으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0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장편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번역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는데 영문판과 한국판의 등장인물 이름에 차이가 있는 점이 재밌었다.

옥희가 Jade(제이드)라니ㅋㅋㅋ 뜻은 동일하지만 어쩐지 어색한 기분에 미소가 지어진다. 물론 영미권 독자에게는 한국식 이름보다는 영어식 이름이 더 편했을 테니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영문판은 어떨지 한번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