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송해나 지음, 이사림 그림 / 문예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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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에세이, 여성

부제: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문예출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여성의 날 이벤트로 받은 책,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여성의 날 이벤트 참여 방법은 페미니즘, 여성 관련 주제의 문예 책들 중에 하나를 골라 읽고 싶은 이유를 댓글로 쓰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 책을 골랐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단단함, 단호함이 좋았고 해외 사례를 담은 번역서가 아닌 한국에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지 알고 싶었다.


학부 때 관련 과목을 수강해서 임신·출산·육아(이하 임출육)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은 알고 있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겪을 신체적 변화로 인한 어려움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은 임신부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과 처우였다. 합계출산율 0.8, 국가 소멸 위기 상태라고 부르짖으면서도 임출육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현실을 이 책을 통해 마주하니 정말 충격적이고 화가 났다.


사회적인 서비스가 있어도 임출육에는 개인의 희생(노력, 시간, 비용 등)이 필수다. 임출육에 있어서 한국의 사회적인 서비스는 비슷한 경제수준의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런데 저자의 경험, 다른 임신 경험자의 이야기를 보면 그 최소한의 제도마저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보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의 경우, 출생 장려를 위해 다양한 사회적 복지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그 효과를 보고 있다. (합계출생율 1.34) 저출생이 국가적 위기라면 출생율 저하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방안도 국가가 제시해야 한다. 임출육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경감할 실질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한국의 저출생율은 절대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 임신과 출산을 경험에 대해 무지한 모든 사람.

-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사람으로 타인의 임신, 출산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해 보고 싶은 사람.

cheshy

본래 이 책은 트위터에서 작성된 글을 바탕으로 출간되었기 때문에 저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의견을 인용한다.

그 인용들을 보다 보면 붓다가 말한 고통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붓다는 고통의 원인을 세 가지로 제시했는데, 갈망의 조건화, 혐오의 조건화, 무지의 조건화다.

누군가는 갈망하고 (애는 무조건 낳아야지.)

누군가는 혐오하고 (그러니까 비혼했어야지. 누가 강요했나.)

누군가는 무지하기에 (임신 초기에는 배도 별로 안 나왔는데 왜 임신부배려석을 ‘양보’해야 하지.)

자신도 모르는새 고통을 겪고 다른 사람에게도 고통을 퍼뜨린다.


셋 다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기적이라 잘 모르는 거 같은데 (혐오) 내가 해봐서 알아.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무지), 애는 무조건 있어야 돼. (갈망)"


이 책을 읽으니 정말 삶의 고통은 갈망과 혐오 그리고 무지 때문에 발생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짙게 드리운 무지의 베일을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가 전부 걷어낼 수는 없겠지만 수많은 작은 빛이 모여 무지의 어둠을 몰아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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