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지식 -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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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거에 금지되었던 지식의 역사와 현재 금지되어야 하는지 논란이 되는 지식을 다룬다. 흥미롭게도 지식에 대한 금지를 통해 오히려 그런 지식의 발달이 촉진되었음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지된 지식]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머리말의 내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금지 중 하나인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은 제한되고 짧은 시간만을 누릴 수 있으며, 이 상황이 바로 인간을 창조적이고 능동적으로 만든다.

진화생물학의 관점에 따르면, 유기체의 역사 속에서 개인의 죽음이 늦게 등장하는 이유는 생명 형태의 유일무이성과 관련이 있고, 이 죽음은 유성생식을 하는 유기체에서만 발견된다.

초기 생명체들에게만 국한되었던 세포분열은 개별성이 없고, 그렇기에 죽음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아담과 이브가 획득한 금지된 지식은 실제로는 금지된 사랑을 가리켰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제시해 이런 대담한 통찰을 뒷받침한다. 

 

<2장 우리에게 지식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코페르니쿠스, 다윈,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3장 비밀을 다루는 법>에서는 베버의 탈주술화와 계몽주의의 종말 그리고 연금술 같은 비밀스럽게 여겨졌던 지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챕터는 3장이었는데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저자의 글로 읽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과학은 1960년대보다 훨씬 영향력이 커졌지만, 1960년대는 거대한 미래 기획에 대한 더 큰 용기를 보여주었다.

오늘날에는 침묵의 외투로 덮여 있는 주제를 다룬 많은 책들이 이런 미래에 대한 예측을 했었다. 용기 있고 과감한 시도였지만, 목표에 닿지는 못했다. 계몽의 특징이 특별히 이 실패를 설명해 줄 수 있다.

계몽의 근본 원칙은 인간이 먼저 세계에 대한 이성적인 질문을 던지면, 그다음 자기 자신의 지성으로 이 질문에 이성적인 대답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답을 알게 되면 인간은 자신의 의지대로 미래를 구성할 수 있고, 인류가 마침내 행복을 느끼고 만족스러운 삶을 꾸려갈 수 있게 행동할 수 있다. 이것이 계몽의 기획이었다.

계몽의 기획을 실행했던 이들은 낭만주의자들이 계몽의 기획에서 보고 느꼈던 것과 과학이 20세기에 경험해야 했던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 즉, 이성이 제기한 질문과 이에 대한 이성적인 대답이 서로에게 방해가 되고 대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왜 현대보다 과거(1960년대)가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고, 위대한 업적의 발견이 더 많다고 느껴지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현대로 오면서 왜 이런 낭만적인 성향이 옅어졌는지도.

 

<4장 성스러운 것을 엿본 죄>는 과학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만 봤을 때는 종교나 생명윤리 관련 주제가 등장할 줄 알았는데, 근대의 과학 기술로 인한 어둠, 원자폭탄, 유대인 수용소에서 사용된 독가스 등이 다뤄진다.


철학의 금지목록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비합리성에 대해 말하기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작업은 이성이라는 차가운 빛에서 완성되고 관찰될 수 있는 것만으로는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과학의 어두운 원천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

또 불합리성을 악한 것으로 보는 관점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악을 선호하는 것은 오히려 합리성이다. 선을 위한 비합리성을, 즉 정신의 밤 측면과 전체에 대한 느낌을 인간 안에서 혹은 인간으로부터 활성화하는 일은 금지된 지식이 없는 온전한 자연과학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5장 인간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라>에 와서야 생명과학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진다. 이 책의 목차는 시간순으로 이루어져 있고, 유전자 과학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부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논란이 되기 쉬운 유전자 과학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담겨 있어서 재밌었다.

 

<6장 과감하게 봉인을 떼다>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지식 또는 계몽을 금지하려고 했던 노력들이 제시된다. 물론 이런 노력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다.

 

마지막 장인 <7장 지식사회의 사생활과 비밀>은 정보화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장에서도 느낀 거지만, 지식이나 기술이 일단 발견되면 흐름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위에서 언급된 '선을 위한 비합리'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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