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하는 마음 - 오늘보다 무해한 내일을 만드는 심리학 수업, 2022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김명철 지음 / 유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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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이 주는 감동을 누리는 특권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되어 있다. 이 가슴 벅찬 특권으로부터 지구 환경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친환경 행동에 대한 자신감이 샘솟는다. 우리의 사랑과 희망과 효능감은 공포와 수치심과 좌절감을 뛰어넘어 지구의 인간과 식물과 동물의 운명을 바꿀 원동력이 될 것이다.(p.252)

심리학과 기후변화 이슈를 흥미롭게 콜라보 한 지구 사랑 지침서이다. 우리가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대할 때 느꼈던 막막함과 거리감, 그리고 환경에 대한 마음을 품고 행동을 할 때 경험한 알 수 없는 거치적거림을 심리학적으로 다뤄 명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다루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경사랑은 멀고 어려워 보여도 우린 다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책 초반부에 나온 짧은 퀴즈가 있다. 한 번 정답을 찾아보자.

우리보다 1인당 탄소배출량이 높은 국가를 고르는 것이다. 당연히 정답은 방글라데시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건 함정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는 무조건 아니라고 추측까진 성공했지만 도무지 나머지 3개 중 우리보다 더 한 나라는 보이지 않았다. 더 놀랍게도 정답은 룩셈부르크였다. 이유는 유로 트럭의 핵심 경로가 여기 있기 때문에 교통량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아이슬란드가 우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유는 알루미늄 제련업이 발달해서이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도 탄소는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고 그렇게 지구는 지금도 뜨거워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포감, 효능감, 죄책감, 효능감, 수치심 등이 환경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생각할 것이다. 작가는 심리학 전문가다. 그래서 환경 문제를 심리학과 결부시켜 이렇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 각자도 본인의 관심분야나 특기에 따라 다양한 환경 보호를 할 수 있다는 1차적 결론이 나온다.

그럼 책으로 돌아가 심리학적 지구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우리가 환경문제에 대해 갖는 무망감이다. 환경 이슈와 관련해 우리에게 무망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우리 주의에 만연한 환경 공포 메시지이며, 둘째는 친환경 행동에 대한 낮은 효능감이다.

수많은 환경 전문가들이 사람들을 위협한다. 전 지구적 히트를 친 한국 드라마에도 나온 "이러다 다아아 죽어!"라는 메시지다. 지구 온도가 몇 도만 더 오르면 멸망하고 자가용을 많이 굴리면 다 죽고 등등 우리의 일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파괴 활동을 당장 멈추라고 소리친다.

그런 말에 우린 어떻게 반응했는가?
"그 정도면 이미 끝난 것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일상 생활은 어떻게 하라고?

그렇다. 공포 메시지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공포심을 갖고 있다. 공포의 상황에 몰리게 되면 그 상황을 반사적으로 피하기보단 먼저 몸을 경직시키고 멈춘다. 강경 환경주의자들이 자신의 의도대로 결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포심은 그저 우릴 무망감에 빠져들게 할 뿐이다.

*무망감: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 없다고 믿는 상태. 내가 처한 상황으로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의지에도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좌절감에서 비롯되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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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효능감이라는 중요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기후변화에도 결국 순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효능감: 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또는 기대감.

행동은 희망에서 비롯되고 희망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p.61)

우리는 누구나 시키지 않아도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쓰레기 분리수거에 진심인 국민이 또 있을까? 그리고 그 귀찮고 냄새나는 쓰레기봉투를 묶고 아슬아슬 집 앞에 정성스레 내려놓고 우린 뿌듯하고 말랑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더 좋은 방법을 향해 발전하고 확장된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더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덜 사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멸종 위기에 빠진 귀여운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나를 믿자, 우리를 믿자. 이렇게 좋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환경 사랑은 한 번도 안한 사람은 존재할지 몰라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잘못된 정보를 갖고 실수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암시를 계속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를 다룬 아주 따뜻한 글로 가득 차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효능감을 회복해 지속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도록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실 대한민국은 국가 탄소 배출량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기후변화 측면에서는 악의 축인 나라이다. 그래서 환경 이슈에 있어서(적어도 환경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휘발유 차를 전기차로 바꿔도 탄소 배출량에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 체계의 특성 때문이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원을 희생시키기 때문에 결국 탄소량은 줄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엔 세계에 유례없는 탄소 먹깨비들이 존재한다. 그중 으뜸은 바로 DMZ이다. 수십년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거대한 천혜의 지역이 존재한다. 게다가 갯벌과 해초류가 많은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염지에 서식하는 식물류는 탄소를 빨아들여 바닷속에 가둬버리기 때문에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부디 통일 이후에도 DMZ가 효과적으로 관리되길 바라며, 지금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환경 사랑을 유지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참으로 작은 땅덩어리지만 훌륭한 안티 탄소 체계를 갖춘 환경과 국민들이 한데 모여 지내는 곳임에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책을 읽다가 물을 살짝 흘렸다. 다급하게 표지를 벗겼는데 그 안에 멋진 것이 숨어 있었다. 우연한 실수가 아니었다면 이 책의 비밀스러운 보물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속에도 은밀하고 아름다운 정신들이 숨어있다. 비단 기후변화뿐 아니라 이 세상을 더 멋지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속는 셈 치고 믿어보자. 우리가 우리의 내면을 믿어 줄 때 우리의 마음은 그때야 비로소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번거롭고 힘들 수 있겠지만 아주 행복하고 신나는 행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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