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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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불안과 허무에 시달리던 어느 날

철학이 내게로 왔다

 

 

나로서는 처음 만나는 저자이기에 저자에 대한 소개부터 간략하게 해 보겠다.

구글 검색으로 알게 된 저자의 나이에 한 번 놀라고, 잘생긴 외모에 또 한 번 놀랐다. 혹시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아래 조그맣게 사진을 첨부한다.

 

 

 

 

저자인 스벤 브링크만(1975~)은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알보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심리학과 철학, 사회학은 물론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활발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재치 있게 비판한 책 스팬드펌은 덴마크 서점가에서 10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미국, 한국 등에 잇달아 번역 출간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사회발전에 기여한 대중 지식인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인 로젱크예르상을 2015년에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유쾌한 철학 강의를 진행해 허무하고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고, 대중 철학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이 강의를 풀어낸 책으로 우리가 단단한 삶의 토대로 딛고 설 만한 10개 관점을 을 제시한다.

    

철학이라고 하면 그냥 어렵게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철학 자체를 알려고 하지 않고 아마도 단순히 암기하고 유용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약간의 지적 만족을 위해서 습득할려고 했던 것 같다. 철학을 몰라도 그땐 큰 불편함이 없었고 그렇게 깊게 사유할 여유도 없었고 그리고 연륜도 없었다. 내가 막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이 나이쯤 되고, 사회 경험도 쌓이다 보니 삶이 무엇이고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래서 결국 우리 인생에서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게 무엇인지 삶의 평범한 패턴이 무너졌을때 나를 일으키는 굳건한 기반은 무엇인지 등등 알고 싶은 게 많아졌고 관련 책들도 탐독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빠르고 쉽게 읽히는 이 철학책은 다시금 무엇이 우리 삶에서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상기시켜 준다.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나로서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거이거 계속 점점 저자의 논리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저자의 생각에 수긍하게 되는 순간도 왔다. 그러니까 자기의 내면통찰만이 아닌 자기 외면통찰(self-outsight)도 중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나도 공감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철학자들의 10가지 생각 하나씩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쓸모없는' 이런 생각들이 우리 각자의 삶에 정말로 쓸모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그러니까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사실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깨달음을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로 가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기댈 만한 단단하고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주는 10가지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 _ 아리스토텔레스

 

2. 존업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 _ 칸트

 

3. 인간은 약속하는 동물이다 _ 니체

 

4. 자기란 관계 그 자체와 관계하는 관계다 _ 키르케고르

 

5. 진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진실할 수 있다 _ 아렌트

 

6.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삶 무언가를 손에 쥐는 일이다 _ 로이스트루프

 

7. 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 _ 머독

 

8.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다 _ 데리다

 

9. 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 _ 카뮈

 

10.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 _ 몽테뉴

 

 

여기서는 각각의 10가지 생각과 철학을 간단히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무엇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스스로 발견하고, 여러 철학자들에게 빌려온 짧은 격언들에 관한 통찰들 속에서 우리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싶은 분이라면 조용히 시간을 내서 책 표지를 슬쩍 펼쳐 보시기를 권해 본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세상에는 그 자체로 목적이면서 선한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선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우리 삶을 이끄는 관점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선한 것은 그걸로 이익을 얻거나, 단순히 그걸 좋아하기 때문에 선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바로 선하다는 이유 그 자체 때문에 선을 좋아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단단히 지켜야 할 실존적 관점입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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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감명을 받은 책입니다. 어렸을 적엔 그냥 훑어서 내용만 대충 읽고 드라마로 보고 그래서 다 안다고 착각에 빠져 있었죠. 전혀 아니더라구요. 중간중간 읽다가 숨이 막혀서 아 하고 이한숨을 내쉬며 심호흡을 하고 눈물도 펑펑 쏟으며 읽은 책입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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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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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이 좋았다. 뭔가 기분이 안좋거나 속상할 때 방에 들어가서 위인전을 읽고 나면 기분이 풀렸다. 이 책은 지금까지 잊고 살았던 초등학생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려주게 만들어 준 동시에 지금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한 템포 쉬어가라는 메시지를 정확한 타이밍에 던져준 책이다.

읽으면서 공감도 많이 갔고 말씀해 주시는 역사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고 싶었다. 왠지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

역시 그랬다.

어렸을 적 나한테 따뜻한 위안과 격려를 해주었던 역사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했다. 에둘러서 고민할 필요없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돌아보며 답을 찾았다면 조금은 더 성숙된 나만의 지혜 인프라를 구축했을 텐데 아쉽기도 하지만 이런 게 성장이 아닐까. 왜 몰랐을까 왜 그렇게 못했을까가 아닌 그래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 때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 적기라서 나한테 이런 시그널이 온 걸꺼야 이런 마음가짐으로 시선을 바꾸고 나니 한결 편해지고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시그널을 나에게 주었다.

잊고 살았던 나에게 우리 한 번 과거의 그분들의 삶을 반추해 보면서 용기를 얻자고. 선택에 막막하고 불안할 때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그분들의 선택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길이 나의 삶을 의미있게 해 줄지 다시 한 번 똑바로 바라보자고 .

눈물이 났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문장, 대수롭지 않았던 이 문장이 지금 읽고 있는 나한테는 너무나 큰 공명을 준 것일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면 오히려 해볼 만합니다.

다시 들여다보니 기가 막힌 문장이다. '오히려'라니...

이순신은 누구나 싸움을 포기했을 극한의 상황에서 '오히려' 해볼 만하다며 의지를 다지는 무한긍정의 이 문장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그래 , 역사 안에는 이렇게 나를 위로해 주는 선인들의 말씀들이 가득했다. 어떤 길을 선택했고, 그 길을 선택함으로써 삶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그래서 한 번 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것이 바로 역사였다

편히 살 수 있는 신분을 버리고, 재산을 바치고, 인생을 내던지며 오로지 독립 하나만을 바라보았던 이회영은 30대 청춘의 나이에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한 번의 젊을 어찌할 것인가?‘ 그는 죽음을 맞이한 순간에야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말이 아니라 예순여섯 해의 ‘일생‘으로 답했던 것입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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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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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fulness , 마음챙김.

마음공부와 관련된 일을 몇 년 전부터 계속 해오면서 마음챙김, 명상, 선, 영성 이런 단어들이 나한테 낯설지는 않다. 지속적인 공부와 수행이 필요한 분야라서 계속 관심을 갖고 있던 찰나에 세계적인 영적 스승들의 담론을 하나로 묶은 책이 출간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이름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니 그것도 이 책의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꼽히는 오프라 윈프리이다!

이 책은 오프라 윈프리가 <슈퍼 소울 선데이 Super Soul Sunday > 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받은 가장 감동적인 영적 교훈들, 반짝이는 재기, '아하'의 순간들의 기록들을 담고 있다. 그 순간들을 생생히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하였고, 중간 중간 각 연사의 핵심 키워드들을 다시 리마인드하여 소개해 주고 있다. 서로 주고 받는 대화체 형식이라 물 흐르듯 읽히고, 특히 중간 중간 사진들은 읽는 동안 정말 더없는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여기 이 자리에서 만큼은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치 내가 산타바바라에 있는 것 처럼 그 사진과 하나가 되는 기분이다. (책에 실린 사진들 대부분은 산타바바라에 있는 오프라 윈프리 집에서 찍은 것이라고 한다 )

 

인생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 삶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내 안의 신성한 나침반이 가르치는 방향은 어디일까. 과연 우리는 그 길로 제대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에 나오는 영적 지도자들은 저자 포함 모두 80명이다. 그 중에는 "지금 이순간을 살아라"의 에크하르트 톨레도 있고, 통합의료 분야와 개인 변화를 선도하는 개척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디팩 초프라도 있고,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된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있고, 세계적인 마음챙김 수련을 소개하는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의 잭 콘필드, 그리고 영원한 선사이신 틱낫한 스님도 계시고, 영성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평가받는 "연금술사"의 파울로 코엘료도 있다. 마음같아선 80분 모두를 소개해 드리고 싶다.

 

현재 가장 존경받는 명사들의 핵심 사상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으니 정말이지 지혜의 바이블이라 칭해도 좋겠다.

 

혼을 일깨우고 마음을 북돋우고 영감을 주는 책.

아끼고 아끼며 곁에 두고 한장씩 음미하며 읽으면 더할나위 없을 그런 책.

그러니까 결국 보물상자와도 같은 책.

 

나에게 이 책은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은, 보다 고양된 삶을 살고자 하는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정작 중요한 것은 잊고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한 번 나를 돌아보며 걸음을 멈추고 쉼호흡을 한 번 하면서 이 책이 전하는 아름다운 울림을 조용히 느껴보자. 가장 단순한 것에서 지금껏 놓치고 있었던 뜻밖의 진실을 발견하는 전율을 느껴보자. 잠깐 멈춤의 순간만으로도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일을 그만두면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즐거워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모험을 하는 편이 낫겠다는 매우 의식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나는 직업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직업이 아니라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둘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나게게 일이란 나의 개인적 즐거움이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과 만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진짜 봉사지"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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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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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많이 좋아한다. 그 분, 김영하 작가님을.

여행의 이유라는 제목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예약주문을 걸어서 초판본을 구했다!

아니 이처럼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였다니. 나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작가님처럼 그렇게 길게 툭툭 털고 떠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나마 5년 전에 회사 이직할 타이밍에 3개월 유럽 배낭여행 갔다 온 게(나의 블로그의 시발점) 아마 최초의 장기 여행이자 마음 편하게 훌훌 떠났던 내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여행이었지 않았나 싶다.

또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좋아하는 사람과는 이렇게 뭔가 계속 공통점을 찾을려고 하지 않나. 작가님도 첫 해외 여행지가 중국이었다라는 점. 게다가 대학때 뽑혀서 간 거라는 점. 암튼 각설하고 첫 번째 글 [추방과 멀미]는 이처럼 나에겐 더 특별하게 전달되었다.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까페에서 읽는데 웃겨서 혼났다. 그 흔한 단어를 어쩌면 그렇게 절묘하게 그 자리에 넣어서 그 단어 아니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게끔 만드시는지 그저 감탄할 뿐.

예를 들면 이런 것

...한국관광공사에 가서 '공산권 주민 접촉시 유의사항' 같은 주제의 교육을 받았다. ...(중략)... (이 소양 교육은 1992년에야 폐지되었다). 코엑스에 있는 인터컨티넨탈호텔에 모여 호텔 이용에 관한 예절 교육도 받았다. 해외에 나가면 민간 외교관이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지 말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훈화를 들었다. 식당에서는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을 배웠고(우리가 젓가락을 쓰는 나라로 간다는 것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았다), 차례차례 빈 객실에도 들어가 호텔방의 구조를 익혔다. 이런 난리를 치른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나라를 떠날 수 있었다.

(p34)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나를 보자마자 내 귀를 가리키며 물었다.

"귀에 그게 뭐예요?"

그건 키미테라는 이름의 패치형 멀미약으로 귀 뒤에 붙이도록 되어 있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 그걸 붙이고 있지 않아서 오히려 내가 놀랐다. 비행기의 멀미가 대단하다던데 어떻게 다들 아무 준비도 없이 나타난 것일까? 일행들이 몰려들어 모두 내 귀 뒤에 붙어 있는 키미테를 구경했다. (p34)

그 당시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현실을 묘사한 장면에서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하는 모습이 상상되었고, 그 키미테 (나도 키미테를 안다고 말하면 옛날사람 되는 건가) 사건도 진지한 작가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웃음이 터졌다.

원래 이런 과거를 회상하는 씬은 작가님이 2005년 상해 푸동공항에서 추방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그러면서 해외 첫 여행지였던 중국 여행을 떠올리고,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중국은 아마 이런 나라일 것이다라는 확신과 기대가 눈앞에서 와르르 무너졌을 때 느꼈던 상실감 내지는 충격의 잔존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면서 또 다시 등장하는 멀미약 패치.

멀미약 패치를 귀 뒤에 붙이고 나타난 나의 무의식은 아마도 중국에서 내가 겪게 될 현실, 그것이 야기할 일종의 정신적 멀미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사회주의 중국은 내가 책을 보며 상상했던 나라와 너무도 달랐다. ...(중략)... 젊은 엘리트들은 미국을 선망하고, 인민들은 믿을 수 없이 초라하고 남루했다. 최초의 해외여행에서 겪은 이 혼란과 실망은 그대로 내안에 침전되어 있었을 것이다. (p50)

마지막 부분에 작가님이 생각하는 여행의 의미가 나온다. 바로 여행이란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것, 바로 그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p51


차례

1. 추방과 멀미

2.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3. 오직 현재

4.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5.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6. 그림자를 판 사나이

7.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8. 노바디의 여행

9. 여행으로 돌아가다

작가의 말

차례는 이렇다.

각 챕터의 짧은 글들은 당연히 모두 여행과 관련있다.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여행에 대한 생각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예약해둔 호텔에 도착하고, 방을 안내받아 깔끔하게 정리된 순백의 시트 위에 누워 안도하는 그런 경험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p56)

여행은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82)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더 명료해진다.(p117)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p147)

그러니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클롭스 이후의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p185)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갓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p207)


그토록 여행을 갈망하면서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단순히 일상을 벗어난 탈출구였나 현재를 느끼고 살아 숨쉬게 하는 또 하나의 일상이었나 그토록 여행을 꿈꾸며 늘 목말라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여행은 짐을 쌀 때까지가 제일 행복하다고 혹자들은 말한다. 그만큼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고되고, 때로는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여행지에서 돌발적인 상황에 처해 질때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그 만고불변의 법칙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여행을 못떠나는 만 가지 핑계를 단숨에 제압하는 단 하나의 목적, 바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내가 세상 한 가운데 당당히 서 있음을 자각하고 나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게 되는 그 경험이 주는 에너지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목적지 없는 여행을 꿈꾸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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