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90년대 개발이 한창이던 서울 아파트 단지에 살던초등학생 민선이의 이야기이다.소설 속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상만큼이나 비정하고 치열하다. 묘하게 편을 가르고, 누군가를 은근히 따돌리며 무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문득 나의 어릴 적을 보았다. 친구들 사이의 미묘한 기류에 안절부절못했던 순간들, 내가 그 편가르기의 안쪽에 있는지 바깥쪽에 있는지 몰라 불안해했던 기억들이 소설 위로 겹쳐졌다.어디 그뿐일까. 집이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울타리 안에서도 서운함은 피어난다. 다른 형제를 좀 더 챙겨주는 듯한 부모님의 시선을 느꼈을 때, 어린 마음 깊은 곳에 조용히 가라앉았던 쓸쓸함 같은 것들 말이다.아이들이 던져버린 수많은 구두의 주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민선이의 서운함과 아이들 사이의 묘한 기싸움은 어떻게 풀어지는지 끝내 말해주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난다.처음엔 풀어야 할 이야기들을 내팽팽쳐 둔 것 같아 아쉬웠다. 어른이되어 돌아보는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해결된다기보단 그냥 잊혀지거나 묻힌 채 지나가버렸다.이 해결되지 않은 결말이야말로 수영장의 락스냄새처럼 어린시절의 미묘한 잔향을 나타낸 결말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