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절을 수없이 하고 또 했다. 한 번 한 번을 한결같이정성스럽고도 간곡하게, 이제 그만 제상을 물리라는 스님의 말이 몇 번 있은 후에야 어머니의 절은 끝났다. 물린 제상이 곧 밥상이 되어 다시 들어왔다. 나는 퍽 시장했으므로 많이 먹었다.
뭇국에 밥을 말고 튀각을 와지직와지직 깨물며 여러 가지 나물을 뒤섞어서 소담스럽게 퍼먹었다. 어머니는 국 국물만 조금씩떠 잡는 게 기진맥진해 보였다. 벼르고 벼르던 일을 한 후의허탈감으로 진지 잡술 기운도 없는 것 같았다. 마치 오늘날까지어머니의 기력을 지탱해온 게 다만 제사 지내기 위해서였던 것처럼 그것을 마친 후의 어머니는 툭 건드리면 무너져내릴 듯이무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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