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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삶
정소현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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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현 작가의 단편집 <품위 있는 삶>은 시간의 흐름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각자 살아온 방식이 달라도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단지 '잘 모르는 사건'이라며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고 외면한다. 죽음을 향해 힘껏 달려나가고 있음에도 애써 무시하는 것이 좋은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펼쳤다.

단편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그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다. 많이 슬플줄 알았는데 가을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변화였고 그렇게 스며들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적당히 모방하여 만든 가공된 공간에서 조작된 인물들을 내세워 허구의 이야기를 하는, 가짜 투성이의 이야기가 분명한 소설들인데도 자꾸 누군가들이 떠올라서 조금 힘들긴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삶을 한걸음 물러서서 관망할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품위 있는 삶, 어제와 내일, 지옥의 형태, 죽음의 기억 등 덜컥 하고 멈춰 세우는 단어들의 조합도 많았다.

표지가 파란색이고, 죽음을 다뤘다기에 차가운 글인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정소현 작가가 가진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눈 감았다 뜨니 벌써 새 계절이다. 다가오는 사람이 있는 만큼 멀어지는 사람도 있어서 시간의 흐름이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멈춰 세우지 못한다면 후회없이 더 잘 보내야지.

딱 초저녁, 아직 하늘은 밝은데 달이 보이기 시작한 시간에 높디높은 도시의 한 건물 옥상에서 문득 떠오를 것 같은 단편집. 표지 참 잘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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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기로 했다
앤드루 포스소펠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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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걷곤 한다. 서울에 오고 와서 생긴 나름의 취미, ‘동네 산책’.

생각 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찬찬히 걷다 보면 평소에 스쳐 지나간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고,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어디에 몇 시까지 가야 한다는 의무나 제한이 없는 걸음에는 여느 때보다 활기찬 힘이 실려 있다.



그러나 출퇴근길이나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 등 우리 일상의 대부분의 걸음에는 제한시간과 목적지가 있다. 때로는 그것이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주위를 둘러볼 수 없게 만든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핸드폰에 시선을 맡긴 채 ‘각자’의 걸음에만 집중한다. 이 걸음의 목표는 제한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 특별한 6400km의 ‘걸음’이 있다. <나는 걷기로 했다>의 저자 앤드루 포스소펠은 ‘듣기 위한 걷기 여행’을 한다. ‘Walking to Listen’라고 쓴 알림판을 배낭에 붙인 그는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한다. 보호의 품에서 벗어나 사회를 마주했을 때 누구나 가지는 불안과 초조를 길 위의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간다.

그들은 그렇게 ‘함께’ 걷는다.


나만 가지고 있는 불안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혼자 걷고 있는 듯한 이 길에도 동행자가 있는 듯한 든든함. 활자를 통해 낯선 사람에게 받은 응원. 때로는 얼굴도 모르는 이방인에게도 이토록 따듯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의 지난 여행 길을 돌아보면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함께 찍혀 있다. 함께 걷는 길 위의 이야기가 참 따듯해서 그들의 앞으로의 길을 응원하게 된다. 나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는 때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우리가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때론 주위를 보기 위한, 듣기 위한 걸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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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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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떻게 살면 좋을지,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 알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드는 한 편, 다시 내일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해진다. <어떤 양형 이유> 는 수많은 사람들을 등에 업고 매일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글이다. 그의 등에는 매일 더 많은 사람이 올라탄다.

저자의 하루들을 읽으면서 그의 단단함에 감탄을 하다가도 가끔씩 비춰지는 안쓰러움에 위로를 보내고 싶었고, 내 하루를 살아가기에 바빠 간과하고 있던 일들에 대해 귀를 기울이게 됐다.

<어떤 양형 이유>의 저자 박주영은 7년간 변호사를 하다가 판사가 되어 현재 울산지방법원 형사합의부 부장판사이다. '세상이 평온할수록 법정은 최소한 그만큼 참혹해진다'는 그의 말처럼 '법원'이라는 공간은 온종일 누군가의 절규와 눈물, 분노와 비참함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다. 이 책은 그곳에서 매일을 보내며 세상의 참혹한 모습들을 최전방에서 마주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법은 생명, 사랑에도 가격을 매긴다. 판사는 이러한 법을 바탕으로 형량을 결정하고 판결문을 작성한다. 재판기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파쇄하지만 판결문만은 영원히 보존된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문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무자비한 짓을 저질렀는데 고작 형량이 이정도라고?', '그런 딱한 사정이 있는데 이렇게 심한 형량을 주나' 등 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모두 판사의 몫이다. 재범의 발생, 사건관련자의 자살 등도 모두 판사의 몫이다. 판사도 선악을 알지만 법 앞에서는 손 쓸 방도가 없다.

이렇게 보면 판사의 결정에 그 사건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쥐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그 사람 하나하나의 무게를 다 버티며 살아가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법은 그 누구보다 냉정하고 딱딱하지만 법을 해석하고, 판결문을 작성하는 일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추천사의 남궁인 전문의는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판결에 분노하지만, 판사도 분노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저자의 진심어린 분노에 동감한다.

이 책은 평생 보관되는 판결문 뒤에 있는 '사람'이 세상에 외치고 싶은 말을 담은 글이다. 법 앞에서 할 수 없었던 말들, 선악을 알면서도 판결에 반영하지 못했던 수많은 사건들, 현행법의 변화와 구멍 등에 대해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차분히 이야기 한다. 때로 격한 마음이 들지만, 그 분노마저 세상을 똑바로 주시하며 또박또박 하고자 하는 말들을 풀어낸다.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얼마나 많이 되뇌었으면 이렇게 건조한 어투 속에 생생함을 담아낼 수 있을까.

저자는 많은 판례와 판결문 속 양형이유, 법원의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말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법에 대해, 그 해석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가 외면했던 사람들을 보여준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수많은 재판(형사재판이 대다수이지만 부산가정법원에 있을 당시의 소년재판도 다룬다)을 통해 그가 지금까지 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곧 1심 판결문이고 독자는 당사자이면서 곧 상급심이다. 상급심은 1심의 결론을 받아들여 판결을 인용할 수도 있고, 결론이 틀렸다고 파기할 권한도 있다. 염치없게도, 이 판결이 일부라도 인용되기를 바라지만, 전부 폐기되어도 항소는 없다. 국민은, 불복할 수 없는 상급심이다.


책을 덮으면서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따듯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참혹함 속에서 사회의 책임과 법조인의 역할에 대해, 냉정함과 따듯함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법원의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을 보낸다.

이제 함께 고민해보자고 손을 뻗고 싶다. 오늘만큼은 악몽의 데자뷰가 반복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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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연대기
김영미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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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 나오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읽고 마음이 조금 덜컥 했다.

저자가 스위스 제네바로 취재를 갔을 때, 호텔 측의 실수로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맥주 파티를 하고 있었고, 그들은 '듀랜드 라인'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영국 학생이 듀랜드 라인이 그어진 배경과 당시 파키스탄의 정세 등을 이야기하자 독일 학생은 그에서 파생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혼란상을 덧붙였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듀랜드 라인이 대를 이어 싸움을 물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토론에 귀기울이던 중, 한쪽에서는 한국 학생 4명만 모여 따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배낭여행을 하고 있는 대학교 1학년생이었다. 저자는 그들에게 왜 토론에 함께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들은 그동안 수능 공부 하기에 바빴기에 그런 것은 잘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자는 이 일화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대개의 한국 청소년은 고등학교 시절 내내 수능을 위해 열정을 쏟지만, 그 공부는 시험을 위한 것이었다. 이라크에서 전쟁이 나든, 이집트에서 대통령이 사임을 하든 상관없이 오로지 수능, 대학에만 온 관심을 빼앗겨서 우물 안 개구리로 자라지는 않을까-하는 염려가 저자가 이 책을 쓴 계기다.


프롤로그에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따듯함을 느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분쟁 지역의 모든 사람들을 따듯하게 바라보구나-느꼈다. 이따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분명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일상 속에는 '평화'라는 말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읽어나가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다. 한 나라 속에서의 격차도 크지만 그 범위가 '세계'로 넓어지면 그 격차는 곱절로 커지게 된다. 이 세계는 전쟁과 투쟁, 죽음과 희생으로 유지된다는 생각이 들어 끔찍하다.


내내 부끄러운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저자는 따듯하게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그녀의 목표에 맞게, 한 밤 중 엄마가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듯 설명을 이어나간다. 

이 책은 단순히 국제 정세 지식을 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가 현장에서 마주한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삶.

문체도 정말 엄마가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는 듯한 대화체이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더 안쓰럽다.

저자는 이 책으로 하여금 우리가 세계 각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며 평화와 인류애를 꿈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과 생각들.

책에 장벽이 있더라도, 어렵지않게 풀어내시니 이 책 만큼은 꼭.

저자님, 편집자님 모두 이 책이 모두에게 쉽게 읽히기 위해 노력하신 게 눈에 보이는 책.

필독서로 지정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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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 율리와 타쿠의 89일 그림일기
배율.진유탁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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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구장창 여행 에세이만 읽던 날들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시기는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가장 여유가 없던 날들이었다.

 몸이 도피할 곳이 없으면 마음이라도 도피하자는 심정에 책을 집었고, 책 속 여러 여행지와 그곳을 다니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읽는 여행에세이,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예쁜 구석이 많은 책이다. 내 눈에 예쁜 책, 남들 눈에도 예뻐 보였으면 좋겠어서 좁은 기숙사 방에서 제일 예쁜 거랑 같이 찍어봤다.

에세이집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표지에 적힌 그림일기가 더 딱 맞는 표현이다. 책은 글과 만화, 사진들로 이뤄졌다. 부록으로 치앙마이 투어맵도 있다. 그야말로 여행기 종합 선물세트(?)!



제목도 너무 예쁘다.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프리랜서 디자이너 두 명이 치앙마이를 선택한 이유는 그곳이 '디지털노마드'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노마드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장소에 상관하지 않고 여기저기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사람들을 말한다.

책을 쓴 두 명의 디자이너들도 일을 하며 먹고, 놀고, 쉰다. 단순한 관광 여행기가 아니라 더 좋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제목디자인에 '천천히'와 '걸을 것' 사이에 걷는 사람을 그려넣고 싶다. 그림 못그리니까 마음으로만 하기로...(ㅠㅠ)




얇고 작은 띠지는 보관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다 버리는데, 이건 띠지가 큼지막해서 책을 읽을 때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오히려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할 수 있게 도와준다. 띠지의 일러스트도 너무 예뻐서 이걸 어찌 버려! 


띠지 속 숨겨진 표지를 살펴보는 건 책의 숨은 매력을 찾는 방법이다. 큼지막한 띠지를 잠시 벗기면 띠지를 이렇게 귀여운 비행기가 있다. 




책을 함께 채운 두 저자, 율리와 타쿠는 어찌보면 정말 다른 사람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89일간 치앙마이 생활을 했다니! 그들의 성격이 글과 그림에 담겨서 신기했다. 서로 다른 만큼 더 포용하려는 모습도 언뜻언뜻 보여서 흐뭇하게 봤다.


특히 나는 요즘 여행에 대해서 타쿠와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큰 돈 들여서 뭐 여행을 가나.. 그냥 집이 최고..) 치앙마이 세달살이를 하면서 달라지는 타쿠의 생각을 글을 통해 읽는 것도 재미졌다.


그 수많은 얼굴 앞에서 예전 생각을 했다. 잠에서 덜 깬 멍한 머리로 출근지옥철을 타던 기억. 그 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누가 밀치고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그 등에 반드시 욕이라도 한마디 내뱉어주리라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나와 같은 얼굴들이었다.

친구들 여럿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느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는 이야길 하곤 했다. 아침 전철 안의 찌푸린 얼굴과 밤 버스 안의 눈물로 흘러가는 날들이 우리의 날들이었다. 이유는 잘 몰랐다. "힘들어서 그래" 위로하고 "건강 잘 챙겨야 해 " 인사한 후 각자 집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여기 와서 문득 처음 보는 많은 얼굴들이 나를 향해 짓는 미소를 마주하게 됐다. 무뚝뚝할 것 같던 좌판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억센 얼굴 위로 싱긋 미소가 번지던 순간. 고양이를 쓰다듬는 나를 향한 할머니의 얼굴 위, 살며시 번진 미소를 마주하던 순간. ‘‘안녕, 반가워" "이곳에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이곳에 오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된 것이다. 오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슬로건의 뜻을. 모르는 사람을 미소로 맞아주는 나라에 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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