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싸우는가? -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연대기
김영미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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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 나오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읽고 마음이 조금 덜컥 했다.

저자가 스위스 제네바로 취재를 갔을 때, 호텔 측의 실수로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맥주 파티를 하고 있었고, 그들은 '듀랜드 라인'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영국 학생이 듀랜드 라인이 그어진 배경과 당시 파키스탄의 정세 등을 이야기하자 독일 학생은 그에서 파생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혼란상을 덧붙였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듀랜드 라인이 대를 이어 싸움을 물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토론에 귀기울이던 중, 한쪽에서는 한국 학생 4명만 모여 따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배낭여행을 하고 있는 대학교 1학년생이었다. 저자는 그들에게 왜 토론에 함께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들은 그동안 수능 공부 하기에 바빴기에 그런 것은 잘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자는 이 일화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대개의 한국 청소년은 고등학교 시절 내내 수능을 위해 열정을 쏟지만, 그 공부는 시험을 위한 것이었다. 이라크에서 전쟁이 나든, 이집트에서 대통령이 사임을 하든 상관없이 오로지 수능, 대학에만 온 관심을 빼앗겨서 우물 안 개구리로 자라지는 않을까-하는 염려가 저자가 이 책을 쓴 계기다.


프롤로그에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따듯함을 느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분쟁 지역의 모든 사람들을 따듯하게 바라보구나-느꼈다. 이따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분명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일상 속에는 '평화'라는 말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읽어나가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다. 한 나라 속에서의 격차도 크지만 그 범위가 '세계'로 넓어지면 그 격차는 곱절로 커지게 된다. 이 세계는 전쟁과 투쟁, 죽음과 희생으로 유지된다는 생각이 들어 끔찍하다.


내내 부끄러운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저자는 따듯하게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그녀의 목표에 맞게, 한 밤 중 엄마가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듯 설명을 이어나간다. 

이 책은 단순히 국제 정세 지식을 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가 현장에서 마주한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삶.

문체도 정말 엄마가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는 듯한 대화체이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더 안쓰럽다.

저자는 이 책으로 하여금 우리가 세계 각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며 평화와 인류애를 꿈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과 생각들.

책에 장벽이 있더라도, 어렵지않게 풀어내시니 이 책 만큼은 꼭.

저자님, 편집자님 모두 이 책이 모두에게 쉽게 읽히기 위해 노력하신 게 눈에 보이는 책.

필독서로 지정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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