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힘이 될 때 - 깊고 단단한 나를 위한 인생 강의
천궈 지음, 고상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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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한다. 도시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고, 어린 시절, 작았던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놀이로 도시가 유지된다고 생각했다. 이 세계는 게임처럼 캐릭터 선택을 할 수도, 리셋이나 뒤로가기 버튼을 누를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비로소 나와 독립된 타인의 자아, 타자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라는 동안 사회 속에 녹아들어 다른 사람과 원활히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교육받았다.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그리고, 스물이 되었다.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곳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도시로 오니 나를 맞이하는 것은 기대했던 자유나 해방감이 아닌 공허와 무게감였다. 매일을 내 마음대로 채울 수 있는 자유가 생겼지만, 그 자유를 누릴 용기가 없었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수많은 시간동안 타인과의 소통을 배웠지만, 결국 나 자신과 소통하는 방법은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기에 앞서 하지 못하는 것을 포기하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스스로와의 불통은 결국 타자와의 불통까지 이어졌다. 마음 속의 길을 잃으니 누군가와 만나는 것도, 대화를 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며칠간 곰곰이 이 공허의 기원을 찾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내가 '무너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아는 삶의 기둥을 이룬다. 자아를 찾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튼튼히 내면의 집을 올려 나간다. 하루하루 쌓이는 많은 경험과 대화 속에서 집은 높게 올라간다. 하지만 자아가 길을 잃는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놔버린다면 집은 힘없이 무너진다.


저자는 '고독'의 힘을 강조한다. 이 책은 고독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의 필요성을 시작으로 인간관계, 생명의 탄생과 죽음과 같은 더욱 넓은 범주의 삶으로 흘러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나'의 확립 이라는 것을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고독을 통해 얻은 힘은 다시 세상에 나가 내일을 살 수 있게 해준다. 나를 보살피고 위로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 이것이 탄탄해야 이후의 집도 탄탄히 지어나갈 수 있다.


우리는 '고독이 힘이 될 때'를 읽으면서 우리 내면의 집이 제대로 잘 쌓이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집의 문제점을 파악할 때는 가장 아래부터 살피면서 올라가야 한다. 저자는 많은 질문과 비유,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건물을 살펴보고 보수공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도 글로 쓰여지고 독자의 눈으로 읽힐 때 그 의미가 새로워진다. 


이 책은 '천궈'라는 한 사람의 생각이 흘러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 에세이이고, 그녀의 머릿 속을 유영해 볼 수 있는 여행 에세이다. 나와 다른 언어를 쓰고, 몇십년을 더 살아온 명성 높은 교수님도 결국 나와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만 가진 위태로움이 아니구나-하고 불안을 떨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말이 한 줄기 빛처럼 내 안에 파고들 때면 오랫동안 거기에 숨어 있던 열정과 나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생각의 씨앗이 그 빛 덕분에 깨어나 처음으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 P6

‘몰두하되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이되 지킬 것은 지키는‘ 삶.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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